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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아침 10시경엔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싱싱한 생낙엽들이 아스팔트에 떨어져 어지럽게 나뒹굴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려니 생각은 못했습니다.
해서 가벼운 행장만으로 등산에 나섰다가 비를 쫄딱 맞았습니다.
미처 일기예보를 주의깊게 듣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속옷까지 흠뻑 젖도록 산을 돌아다녔더니 몸에서 비릿한 물냄새가 났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만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면 장갑으로 꼭 감싼 다음
온몸은 그대로 비에 맡겨버렸습니다.
시원한 빗줄기가 얼굴을 타고 목을 지나 등으로 배꼽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빗줄기가 제 몸 구석구석을 지날 때마다 벌레가 살금살금 기어가는 것처럼 간지러웠습니다.

위의 사진은 막 비가 오려고 하늘과 바람이 요동을 칠 때 찍은 수석마을의 전원풍경입니다.
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불던지 벼포기들이 서로의 몸을 의지한 채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겁니다.
논두렁에 서서 흔들리는 몸을 균형 잡으며 마지막 한 컷을 남겼습니다.

온통 녹색의 파도와 신선한 바람, 그리고 볼을 때리는 차가운 빗줄기.
아, 옛 선현들의 물아일체의 경지를 전 오늘에서야 비로소 체험으로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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