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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고교 진로 교육, 다시 짚어보자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질문해 보면 학생들은 참으로 아리송한 반응을 자아낸다. 1학년에게 물어보면 “잘 몰라요” “수능이 나오면 그때 생각해 보고요”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2학년에게 물어 보면 “그냥 대학 가요” “수능만 잘 보면 되지요” “내신은 별 신경 안써요”라고 대답을 한다. 3학년에게 물어보면 “수시로 갈 게예요” “내신 성적이 안 되어 정시로 갈 거예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처럼 학생들 각자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절 수 없이 대학을 간다는 경우도 너무 쉽게 대답을 한다. 한 학생의 진로를 이렇게 스스로 결정지어 버리는 이면에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이들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2007년 8월 27일 “세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8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이경숙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고교 2∼3학년, 진로·직업 과목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2172개 고교 가운데 진로·직업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는 학교는 54.2%인 1178개교에 불과했다.

특히 일반계고는 1458개교 가운데 847개교(58.1%)가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진로 교육이 이처럼 유명무실화 되어 가는 이면에는 진로 교육이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레벨에 따라 움직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학과가 지방 대학에 있다고 해도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과를 바꾸어서라도 서울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의 학생들의 추세다.

학생의 특성에 따라 대학 진학이 우선이야, 진로 지도를 통해 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냐를 놓고 갑논을박 한다면 이것은 우문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태반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학교에서 바른 진로 지도를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수도권 대학을 1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진로 교육은 사실 하고는 있다고 해도 하나 마나의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서울에 소재한 한 대학이 수도권으로 옮기자, 그 대학의 커트라인이 각 입시전문기관에서 내놓은 결과를 보면 상당히 낮게 평가되고 있음도 그 단적인 예를 들 수 있다.

수도권 학생 집중 무엇이 문제인가? 그 맥을 집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인천의 경우 교육청의 통계에 따르면, 중학생은 연간 500명, 고등학생은 200명 정도가 서울로 전학을 한다고 한다. 서울과 인천의 거리관계는 전철을 타도 1시간 이내요, 버스를 타도 마찬가지의 거리에 있다. 그런데도 서울로 가는 학생들이 저학년일수록 늘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실 서울에 가면 여러 가지 혜택들이 인천보다 좋다. 편의시설도 좋고, 학원도 많고, 경쟁의식도 강하여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운 것도 서울이 주는 이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학생들은 왜 지방 대학을 기피하는가? 그것은 우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의 편입학 지원 현황을 살펴보라. 일반편입은 고사하고 학사편입학의 경쟁률도 10대 1을 넘고 있는 대학이 있다. 그것은 소위 명문대학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신이 입학한 대학에 만족을 하지 못해서 편입학을 한 것인지 아니면 대학의 레벨을 보고 몰려드는 것인지 소위 잘 나가는 모 대학의 편입학 시험 경쟁률이 70대 1에 육박하고 있는 것도 오늘의 지방대학이 핍박받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는 아닌지. 사실 서울에 명문 대학에 편입학 지원하는 학생들이 지방 대학생이라고 하면 그리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데 더 문제는 커지고 있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했는데도 또 서울에 명문대를 들어가야겠다고 편입학 시험을 친다는 것에 정말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재수생들이 학교에 원서를 들고 오는 경향을 보면 지방 대학에 들어가서 서울에 편입학 하겠다고 하는 경향보다는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원서를 들고 와 다시 서울에 소재한 명문대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을 드물지 않게 목격하곤 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울에서도 A급, B급, C급으로 분류되는데 A급 대학생과 B급 대학생의 차이는 아르바이트 비용부터 달라지는데, 이런 것에 학생들은 많은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에 다니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든지 A급 대학에 들어가려고 용트림을 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대학은 학생들을 수용하고도 남음이 있는데도, 학교 현장에서는 소위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과후학교를 가멸차게 추진하고, 학생들은 자기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여 가고프나 옆 학생들이 지방대학에 가기를 꺼려하고 교사 또한 수도권 대학을 권장하기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대학에 맞추어 결정짓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경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지방 대학에서 교수들은 학생들 모집에 일선 고교를 방문하여 마음에 요동치는 학생들을 현장에서 입학원서를 작성하게 하여 입학시키는 경향도 있어 지방 대학의 현실을 절감하게 한다.

오늘의 고교가 접하고 있는 대학 진학 문제는 그 누가 해결할 것인가에 문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고교 3학년 진학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였다. 게다가 3학년 학부모들의 음성적인 지원도 고교 3학년 담임에게 때로는 불명예스러운 굴레를 씌운다. 음성적인 지원이 때로는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이제는 진학을 빌미로 혹사당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3학년 진학에 대한 업무 분장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진학은 무조건 고3학년 부장을 비롯해 3학년 담임이 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부서가 진학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수시로 이동하는 교사들이 3학년 진학을 담당하였을 경우, 고3진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될 수 있고 진학에 관한 상담도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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