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밭 위를 달리는 배
2007.9.14. 아침 10시 10분,
우리는 낯설은 인천 시내 동막역에서 전철을 내려 3전 출구를 나섰다.
오늘 인천에 온 것은 인천해양경찰청에서 공모한 [122 알리기] 행사인 <거침없이 122>에 응모한 글이 3등에 입상하여서 [이벤트당첨자 체험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길이었다. 난생 처음이 될 공기부양정을 타게 된다는 알림에 부푼 가슴을 안고 아내와 함께 참석하는 길이었다.
인천지하철로 갈아타야 하는 것을 모르고 부평을 지나쳐서 세 정거장이나 갔다가 되돌아 와서 간신히 찾아온 곳이다. 10시 30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오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엄포를 놓았던 것과는 달리 우리가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10분쯤이나 늦게 도착을 한다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풍 때문에 남동공단 쪽에서 불어오는 매캐한 냄새를 맡으면서 30분간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헐레벌떡 나타난 그 사람은 30대의 여자 분이었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후다닥 기다리고 있는 차에 오르고 말았다. 해경본부까지 약 10여분, 인천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불리는 송도 신도시를 지나서 끝자락에 붙은 포스코건설의 주상복합 건물 네 동이 나란히 서 있는 바로 곁이었다.
그렇게 다그치던 행사진행 부서 에서는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두 사람이 더 있다고 또 기다리란다. 그럭저럭 약 30분이 지나서도 도착은 안 되고, 더 기다리다가 40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모두 모여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오늘 행사의 주요 일정을 이야기하는데 마지막에 오늘의 메인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일기예보는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온다고 예고가 되어 있었으므로, 우리는 일정을 일부 조정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였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배를 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미리 다녀와서 육지에서 진행을 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건의를 하였다.
다행히 받아들여져서 점심을 먹자마자,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있어선지 상륙기념관을 들렀다. 이미 몇 차례나 왔던 곳이어서 대략 둘러보고 말았다. 바로 송도 신도시를 한바퀴 빙 둘러 보고나서 해양경찰청 전용부두에 가서 경비정 3005함을 구경하였다. 경비정은 약 4,00톤에 가까운 것으로 길이가 축구장보다 약간 길고, 폭은 약 20m 정도 되는 것이었다. 함정에 들어가서 주의사항을 듣고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서 차례로 돌아보게 되었다.
일번함정과는 달리 상당히 첨단시설로 되어 있어서, 함장이 혼자서 운항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맡은 바의 임무를 충실히 참여하는 10여명이 함께 운행을 한다고 하였다. 레이더와 CCTV 등의 첨단 시설에 의해서 각자가 점검을 하면서 함장의 운항을 돕는 방식으로 운항을 한단다. 각종 함내 시설들을 둘러보고, 소형 구난정과 헬리콥터 착륙장까지 보고나서 기관실과 발전 시설까지 모두 둘러보고 나니 약 30분가량이나 걸렸다. 7,800마력짜리 엔진이 두 대나 있어서 함께 움직인다면 15,600마력이란다. 말 15,000필이 한꺼번에 끄는 힘을 가진 배라는 의미다.
3005함에서 내려서 부두에 내리자마자, 공기부양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부양을 시작하여서 우리가 탈 수 있도록 부두 높이만큼 선체가 떠올랐다. 마치 배 둘레에 해수욕장에서 쓰는 튜브를 연상케 하는 바람을 빵빵하게 담은 튜브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행사진행 요원까지 약 20명이 타자 배는 천천히 무의도를 향하여서 출발을 하였다. 잔잔한 바다 위를 약 20cm 떠서 운항하는 공기부양정(Hover Creft)은 27,000kg의 무게를 지닌 선체를 시속 80km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단다. 처음 떠오를 때와 출발을 할 때는 약간 흔들림과 유동이 있으므로 자리에 앉아서 균형을 유지해 달라고 하였지만, 항내를 벗어나자마자 이제는 바깥 구경을 하여도 좋다고 하였다. 다만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양쪽으로 해 달라고 하여서 양쪽으로 나누어서 창문에 바짝 붙어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불과 10여분 만에 인천대교 공사장을 지나는데 어마어마한 다리 공사가 착착 진행 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기술이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인천대교의 교각만도 360여개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공사인 것을 짐작케 한다.
교각 사이를 지나는 동안에 창문을 통해서 교각 공사장면을 담기 위해서 이쪽저쪽으로 옮겨가면서 몇 컷을 찍었다. 물론 잔뜩 흐린 날씨에 창문을 통해서 찍은 사진이 얼마나 선명 할까마는 그것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소무의도와 무의도 사이를 통과할 때는 지난번 관광공사의 구석구석 찾아가기 행사에 참여하여 소무의도에 왔던 기억에 새로웠다. 잠시 후에 섬을 돌아서 무의도 해수욕장에 닿았다. 여기에서 공기부양정의 위력을 볼 수 있었다. 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여서 바닷물에서 약 200여 m 정도는 뻘밭과 모래밭이 이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일반 배라면 아마도 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4~500m 쯤 떨어진 바다에 멈추고 바닷물을 걸어서 나오거나 부두에 대어놓고 몇 km쯤 걸어야 할 곳이었다. 그러나 공기부양으로 달리는 배이기 때문에 바닷물을 벗어나서 뻘밭 위를 그대로 달려서 모래 밭 위를 날아서 요즘 SBS 주말연속극 <칼잡이 오수정> 촬영 세트장 건물이 서 있는 모래 언덕에서 불과 10여m 앞까지 다가가 멈춰 섰다. 좀더 다가갈 수도 있는데, 마침 세트장 앞에 모래 언덕이 고르지 못하고 경사가 심해서 나중에 출발을 하려면 힘이 들것 같아서 약간 되돌아 내려 와서 멎은 것이었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서 부양정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나서 약 20분간 자유 시간을 주어서 세트장 구경을 하고 기념으로 사진들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침 15일 방송할 <오수정>의 극본이 한 권 탁자 위에 버려져 있어서 수집을 할 수가 있었다. 나는 이미 약 20여권의 극본을 수집하여 두고 있는데 또 한 권이 더 늘어난 셈이다.
세트장은 [풀하우스], [천국의 계단], [오수정] 등이라고 하는데 어느 것인지 조차 모르고 일단 각 세트장 건물의 사진만은 열심히 찍어 모았다. 아내에게 백사장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폼을 잡아보라고 하여서 한 장, 백사장의 커다란 피아노 앞에서 한 장, 천국의 계단 촬영 세트장이라는 나무다리 앞에서 부부가 나란히 한 장, 이렇게 찍어 대다 보니 시간이 다 되었다고 부른다.
발이 빠지는 백사장을 걸어서 배에 오르니 오후 4시가 거의 되었다. 우리는 다시 약 40분을 달려서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일반 배로는 거의 3시간이 걸리는 거리라는데 우리는 40분 만에 가고 돌아오는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한 것이다.
인천항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서 정신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부탁한대로 일정을 앞당겨 주어서 일단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그저 감사하고 재미난 하루를 보냈는데, 이렇게 날씨까지 우리가 행사를 마치자마자 비가 내리는 등 우리를 도와준 것 같아서 더욱 감사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