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대하가 제철이란 소문을 듣고 간월도의 한 횟집을 찾았다. 소금 위에서 부끄러운듯 새빨갛게 익어가는 대하도 먹음직스러웠지만, 리포터는 식당 한가운데에 설치해놓은 유물들에 더 눈길이 갔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지금은 모두 사라져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생활도구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우리의 전통 생활 방식도 엿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소중한 기회였다.
사발, 다기, 조리, 맷돌, 절구, 병풍, 풍구, 석쇠, 호미, 지게, 소쿠리, 벼루, 참빗, 조세 등등.
지금은 그 이름마저도 생소한 우리의 손때가 묻은 전통 생활도구들이다.
놋그릇(유기)들이다. 시퍼렇게 녹이 슨 그릇들을 꺼내어 잿물을 묻힌 다음, 밤새도록 문지르며 윤을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떡을 받치던 안반이다. 떡메를 번쩍 쳐들었다가 철썩철썩 여러 번 내려쳐야만 야들야들하고 맛있는 떡이 된다
바지락과 굴 따위를 캐는데 필요한 소쿠리와 조세이다. 조세는 땅을 파는 것 외에도 조개껍질을 탈각하는데도 쓰이는 유용한 도구이다.
세월의 흔적이 잘 드러난 놋세 양푼.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양푼 안쪽에 음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량형의 기초단위인 됫박과 고드랫돌이다. 됫박은 곡식, 가루, 액체 따위를 담아 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이고, 고드랫돌은 발이나 돗자리 따위를 엮을 때에 날을 감아 매어 늘어뜨리는 조그마한 돌을 일컫는 말이다.
대패이다. 나무를 곱게 밀어 깎는 연장으로 직육면체형의 작고 단단한 나무토막에 직사각형의 납작한 쇠 날이 위에서 아래 바닥까지 비스듬히 박혀 있으며, 쓰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씨아'라고 한다. 목화의 씨를 빼는 기구로 토막 나무에 두 개의 기둥을 박고 그 사이에 둥근 나무 두 개를 끼워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처럼 마주 돌아가면서 목화의 씨가 빠진다. 문득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밤이 늦도록 목화를 틀던 생각이 난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풍구이다. 곡물에 섞인 쭉정이, 겨, 먼지 따위를 날려서 제거하는 농기구를 일컫는 말이다.
한쪽에 큰 바람구멍이 있고, 큰 북 모양의 통 내부에 있는 여러 개의 넓은 깃이 달린 바퀴를 돌려서 낟알과 잡물을 가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