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하는 바구니>
현재 우리나라의 휴대폰 보급률은 85%를 넘어섰다. 따라서 대다수의 초·중·고학생들도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 즉 휴대폰을 항상 옆에 두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문자를 주고받는다. 요즘 학생들이 휴대폰을 소지한다는 것은 친구들 사이의 동질감을 나타내는 것이며 소속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휴대폰이 없다는 것은 또래 집단과의 문화단절과 따돌림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등교시에 아예 휴대폰을 소지한 채 등교하며, 심지어는 수업시간에도 문자나 게임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무분별한 휴대폰의 사용은 심각한 수업결손과 함께 성장 장애를 초래한다.
우리 서령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전격 규제하기로 했다. 우선 조회시간을 이용해 담임선생님께서 해당 반 학생들의 휴대폰을 모두 수거했다가 종례시간에 돌려주고 있다. 중간에 부득이하게 휴대폰을 사용하게될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사용토록 한다. 물론, 휴대폰의 수거가 다소 강제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수업 중에는 자진해서 휴대폰을 끄라는 계도를 했으나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제력이 약한 학생들이 재미있는 게임이나 달콤한 문자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 강제 수거라는 강경 조치를 내리고 학생 및 학부모님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각 가정에 휴대폰 사용에 관한 폐해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학생들을 위한 수신자 부담 전화기>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학생과 학부모님들께서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도 사실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다보니 급하게 자녀와 통화해야할 경우가 종종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학생휴게실에 수신자부담 전화기를 설치해서 언제 어느 때고 부모님과 편리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휴대폰 소지가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책상 같은 좁은 공간에서 웅크린 채 쉴 새 없이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어깨 통증으로 이어지는 단순반복증후군에 시달린다는 조사보고서를 유인물로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학급회의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 스스로 휴대폰 사용 폐해에 대해 토론하도록 유도했으며 학생회 차원에서는 '휴대폰 안 가져오기 캠페인'도 벌였다.
휴대폰 강제 수거 조치로 처음에는 강한 불만 표출과 함께 금단 증상을 보이던 학생들도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휴대폰 외에도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서히 자제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휴대폰 수거 조치 이후 학교 도서관 대출 권수도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도 가능한 한 학생들 앞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했으며, 가정에서도 학생들이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주셨다.
이처럼 우리학교의 '휴대폰 사용 규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학교의 끈질긴 노력과 더불어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하며 휴대폰의 폐해를 깨닫게 했다는 점이다. 또한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한 마음이 되어 서로의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는 것도 성공의 큰 요인이 되겠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교육을 살리는 일은 학교 혼자만의 노력만 가지고는 역부족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열린 사고를 갖고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거나, 상대방의 잘못만 꼬집어 질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학교가 있다면 위의 방법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