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짧은 봄은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거야'
요즘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제 봄이 아니라 여름 깉다.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수양버들의 연두색이 점점 진해지고 있다. 미루나무의 까치집도 이제 새잎에 점점 가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봄을 알려 주는 노오란 산수유꽃와 생강나무꽃이 우리를 반겨주더니 산에는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요 며칠 사이에는 매화꽃, 살구나무꽃, 앵두나무꽃, 벚꽃, 이팝나무꽃이 약속이나 한듯이 활짝 피었다. 목련은 벌써 꽃잎이 떨어져 보기 흉하게 되었다. 철쭉꽃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다.
산책길엔 민들레꽃, 제비꽃이 옹기종기 피었다. 저수지엔 물오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면서 먹이를 찾는다. 부지런한 농부는 논을 벌써 갈아 엎어 놓았다. 밭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니 파종 준비가 한창이다. 계절을 놓치면 아니되는 것이다.
일월(日月)저수지의 산책 인구도 사뭇 늘었다. 가족 단위 움직임이 눈에 띄는데 자식들은 자연 현상에 대해 부모에게 질문하고 부모들은 자식에게 좀더 자세히 설명하기에 바쁘다. 몸이 불편한 노인도 간혹 보인다.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
학교도 그 바쁜 3월이 지나갔다. 모두들 정신 없이 보낸 듯하다. 학교에 출근하면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누가 쫒아 오는 것도 아닌데 가르치는 일에, 업무에 쫒겨 늘 종종걸음이다. 자연의 변화를 보며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학교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한다. 정신적 황폐를 경계한 말일 것이다. 아무리 학교일이 바쁘더라도, 일상생활에 정신이 없더라도, 오늘의 생활이 자신을 속일 지라도 '달려가는 봄'을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연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찬란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