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의 부작용에 이어 그동안 묶여왔던 학교자율화 추진 정책규제를 해제 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발표에 전국이 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그렇지 않아도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로 국민의 허리가 휠만큼 휘었는데 말이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百年之 大計)’라는 말이 이제는 ‘교육은 5년지 대계(五年之 大計)’라는 말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총선이 끝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정책을 발표하는 새 정부의 속셈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교육정책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의심스럽다.
‘학교 자율화 추진 안’이 여러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돌려주자는 취지는 좋으나 충분한 수렴을 거치지 않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의 순간적인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라면 이것은 홧김에 불을 지른 경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거기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으로 지쳐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교사로서 마음 아픈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그리고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위안 한답시고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다.
“얘들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야간자율학습 없는 날이 찾아올 거야.”
그런데 학교 자율화 발표가 난 오늘,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매번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4월 15일) 치른 모의고사 결과에 아이들은 실망한 듯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교육의 질보다 양을 늘린다고 교육이 선진화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자처하는 교육정책을 남발하는 교육부의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는‘밀어 붙이기’식의 교육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제점이 대두하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방과 후 학교에 학원 강사의 허용 방침에 일선 학교는 술렁이고 있다. 아이들의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학교가 영리를 추구하는 학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사들은 벌써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의 입지가 더욱 작아지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교과부의 권한이 시도교육감, 학교장 등 학교구성원으로 이양됨에 따라 권한 남용을 제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교육정책이 남발하기 쉽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 이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칠 악영향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자율화 전면 시행에 앞서 무엇이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것인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더는 그들의 마음을 멍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소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교육 정책 수립을 촉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