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끝낸 요즘 일선학교 교무실은 7월 14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수시모집 전형을 앞두고 상담을 하는 진학담당 교사와 아이들로 북적인다. 일선학교 진학담당 교사들의 책상 위에는 각 대학에서 보내 온 홍보용 책자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더위를 잊은 채, 입시사이트와 책자를 보면서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학관계자들은 학교를 방문하여 입시홍보 일정을 잡으려고 안간 힘을 쓰기도 한다. 날짜별로 입시홍보 일정을 빼곡하게 적은 놓은 탁상 달력을 보며 새삼 입시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대학에서 고등학교 교문 주위에 내건 학과 홍보용 현수막은 아이들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기말고사를 끝낸 고3 아이들의 경우, 평소 궁금해 하던 내용을 대학관계자와 교수들로부터 직접 물어보고 답변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경쟁률과 지원전략 및 학과의 특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입시홍보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공통된 질문은 졸업 후 취업률 이었으며 그리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듯 터무니없이 비싼 대학등록금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의 민감한 관심사는 대학의 장학제도였다. 이와 같이 아이들은 궁금했던 내용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대학과 학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섭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입시 홍보가 아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것도 있지만 부작용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입시 홍보가 끝나자마자, 몇 명의 아이들이 대학에서 나눠 준 홍보 책자와 기념품을 손에 들고 교무실로 내려온다. 그리고 학기 초 상담을 하면서, 본인의 적성과 내신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한 대학과 학과를 다시 바꾸겠다며 떼를 쓰곤 한다. 학과선택이 학교현장에서 실시된 입시홍보에 의해 순식간에 바뀌어 진 것을 보면 아이들이 입시홍보를 경청하던 중 대학관계자의 말에 설득을 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입시 홍보가 마치 신상품을 출시한 회사의 마케팅(Marketing) 전략과 거의 유사하였다.
‘한번 선택한 대학과 학과가 평생을 좌우한다?’ ‘AS(취업)가 확실한 대학 선택’ ‘○년 연속 교육부 최우수대학 선정’
지금가지 대학과 학과를 쉽게 결정하지 못해 고민을 해오던 아이들조차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입시 홍보를 통해서 대학과 학과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이 입시홍보가 과연 아이들을 위한 입시홍보인지 의구심마저 생기기까지 한다.
물론 대학관계자의 말을 듣고 결정한 대학과 학과가 자신의 적성과 맞으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주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 게다가 수시모집의 단점 중의 하나가 한번 합격을 하게 되면 이후에 실시되는 전형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끔 이와 같은 수시모집의 특징을 이용하여 아이들의 지원을 부추겨 발목을 잡아 두려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이에 아이들은 대학입시 홍보를 단지 참고로만 해야지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입시홍보에서 대학 관계자의 말을 믿고 지원을 했다가 적응을 못해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의 경우도 많다.
대학의 지나친 입시 홍보가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최종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기 전에 진학상담 선생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한 대학과 학과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아무쪼록 앞으로 있을 수시전형에서 대학의 지나친 입시홍보만 믿고 대학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지레짐작 겁을 먹고 너무 지나치게 하향지원을 하기보다는 소신지원을 해보는 것도 수시전형에서 합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한 수시모집 1차에서 낙방을 했다 할지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있을 수시모집 2차와 정시모집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