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괴담이란 우스갯소리 같은, 믿거나 말거나인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 ‘한국의 학교 괴담’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을 통해 한국 학교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지하에 갇혀 죽은 학생의 이야기를 듣던 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나는 도서관 1층에서 뭔가 긁어대는 소리에 소스라쳐 줄달음친 기억이 있다. 그날 밤, 뒤돌아본 학교는 낮에 보았던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낮보다 몇 자는 더 길어 보이는 나무는 바람에 서걱이며 나를 위협했고, 빛 하나 새어나오지 않는 어둠 속에 잠긴 학교는 너무도 낯설기만 해 더더욱 깊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누구나 한 두 개쯤은 기억하고있는 학교괴담. 왜 학교에는 이렇듯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떠도는 것일까. '신화나 민담이야말로 당대의 상상력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야기의 바다'라는 신화연구가 이윤기 씨의 논리를 빌어 정의하자면, 학교괴담은 이 시대 한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현대의 신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괴담이란 우스갯소리 같은, 믿거나 말거나인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 '한국의 학교괴담'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인 저자 김종대 씨는 학교에 귀신이 많고 괴담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우리의 학교가 폐쇄사회이기 때문으로 파악한다. 열린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외려 그 사회를 빗대고 조롱하고 흔들어대는 도깨비와 귀신이 출몰한다는 것이다. 학교괴담은 바로 닫힌사회를 알리는 상상력의 발현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귀신은 학생이 다 떠난 교실의 천장에서, 화장실에서, 피아노만 한대 달랑 놓여있는 후미진 특별활동실에서, 운동장 한쪽에 서 있는 동상에서, 학교 뒤편 오래된 우물에서, 작은 연못에서 출몰한다. 오로지 공부와 진학만이 목표가 되고 있는 전형적인 폐쇄사회를 가로지르며 귀신은 여기저기서 그 긴장의 허망함을 조롱하며 다닌다.
학교의 귀신은 이렇게 감옥과 같은 폐쇄사회를 구멍내고, 흔드는 상상력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학교괴담은 영화 '여고괴담'의 소재이기도 했던 성적(成績)괴담이다. 이 성적괴담은 주로 2등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1등 학생이 복수를 위해 가해자를 찾아 나선다는 설정과 못다한 공부에 미련이 남은 원혼들이 학교를 맴돈다는 양식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입시에 대한 학생들의 압박감과 성적지상주의가 낳은 억압과 차별의 학교 분위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괴담이라는 것이 김씨의 분석이다.
이밖에도 '…학교괴담'은 괴담의 유형별·공간별 분석 등 흥미로운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귀신소동'형의 괴담이나 학교 부지가 공동묘지, 혹은 연못이었다거나 하는 학교의 비밀에 대한 의혹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와는 달리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그러나 이런 유형별, 공간별 분석이 꿰고 있는 현실 대응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분석은 잘 나타나있지 않다. 또 한국의 학교괴담이 대부분 일본의 학교괴담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란 해석도 일본 역시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다는 양국의 공통점을 지적하는 것외에는 특별한 연계성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그 사회의 상상력과 정서가 담겨 있는 괴담은 현재 우리의 공포와 분열을 집약한 웅덩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공포를 바라보는, 공포를 생산하는 학생들의 심리는 어디에 닿아있는 것일까. 학교괴담은 공포를 통해 학교사회가 어떤 곳인지를 말하려는 학생들의 간절한 절규인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