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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어학연수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전(事前) 철저한 정보와 사후(事後) 연계성을 둔 추수지도 필요

여름 방학이 다가오면서 지난 일 년 동안 유학을 다녀온 내게 아이들 어학연수에 대해 자문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특히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국외 어학연수가 국내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는지에 있었다. 그리고 연수 국가로 어떤 나라(선진국 또는 후진국)가 좋은지도 물어보았다.

최근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녀의 국외 어학연수를 생각했다가 포기한 학부모들이 뜻밖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캐나다, 미국, 호주 등)으로의 연수를 계획했다가 비싼 연수비용 때문에 필리핀과 같은 영어권 나라로 눈길을 돌리는 학부모 또한 적지 않다.

평소 친분이 있는 한 학부모는 중학교 2학년인 아이의 캐나다로의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내가 다녀온 필리핀으로 아이를 보내려고 한다며 그곳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는 어학원 몇 군데를 소개해 달라고 하였다.

더군다나 여름 방학이 겨울방학보다 기간이 짧은 것을 아는 실속파 학부모들은 이 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보려고 방학을 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연수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학연수 지를 찾으려고 부산을 떨기도 한다.

일 년 동안 어학연수를 하면서 느낀바, 인터넷이나 어학원의 과대광고 그리고 소개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연수를 보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이와 같은 대부분의 어학원은 커리큘럼이 엉망이거나 자격증이 없는 강사를 채용하여 늘 이민국의 단속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년 방학 때만 되면 영어는 고사하고 마음의 상처만 받고 귀국하는 아이들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알고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방법으로 어학연수를 보낸 경험이 있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직접 듣거나 상주하고 있는 대사관이나 한인회 등을 통해 가고자 하는 어학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방학 동안 자녀 어학연수를 보낸 우리나라 학부모의 경우, 아이들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어학연수 이후 치른 테스트 결과에 불만족을 느낀 나머지 어학연수 보낸 것을 후회하는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얻으면 다행이지만 설령 그렇지 못했다 할지라도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영어에 대한 동기유발(Motivation)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아이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돌아왔다면 이보다 더 큰 성과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아이는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영어 외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으리라 본다.

그리고 연수를 하면서 받은 수업방식이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는 이에 대한 추수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곳에서 습득한 내용을 쉽게 잊어버릴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학 후, 즐거워야 할 학교생활이 어학연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물며 어떤 아이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해 다시 유학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매년 어학연수를 떠나는 아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추수지도를 하는 학교가 많다고 한다.

직무연수나 국외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학교생활에 얼마나 적용하고 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수를 받는 과정에서는 강사의 이론에 감흥을 받아 학교 현장에 적용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연수가 끝나고 학교현장에 돌아오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적인 통례가 아닌가.

이렇듯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귀국 후, 아이들이 그곳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곳과 연계성을 둔 학습 패턴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비싼 비용으로 다녀온 어학연수가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학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지도편달이 뒤따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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