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완(63)씨.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LD코오롱 아파트 104동과 105동 경비를 맡고 있다. 그가 이제 6년간 정들었던 이 아파트를 떠난다. 경비원 63세, 정년퇴직인 것이다.
대부분의 경비가 그렇지만 그는 무거운 짐을 들고 들어오는 주민을 발견하면 뛰어 나간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때로는 아파트 출입구까지 짐을 옮겨준다. 아파트 화단엔 잡초가 자랄 틈이 없다. 부지런한 그가 수시로 뽑아내기 때문이다. 주민으로선 고맙기 그지 없는 것이다.
그는 2002년 7월 31일 이 아파트 경비로 취업하여 101동에서 2년, 107동 1년, 106동 6개월 104동과 105동에서 2년 6개월을 근무하였다. 그가 이룩한 성과는 해당 동에서 도둑을 한 번도 맞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딱 한 번 2층에서 도둑을 감지하고 튕겨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경비 방법이 특이하다. 저녁 시간 경비실에서 불꺼진 아파트를 호수를 확인하고 있다가 방문객이 아파트에 들어가 거실에 불이 켜지면 인터폰을 한다. 경비 목소리를 아는 주민들은 인사를 주고 받으며 '아무 일' 없음을 확인한다. 도둑은 바로 여기에 걸려 드는 것이다.
그는 고등학생에게 경어를 사용한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104동과 105동 158세대 주민 모두가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그들을 모시는 종업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육도 생각한다. 초중고 학생들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래야 그들과 대화가 된다고 믿고 있다.
중학생들이 아파트내에서 공공연히 흡연을 하면 조용히 다가간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담배 있으면 한 대만 줄래?" "담배 피워보니까 건강에 좋지 않더라! 아파트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보기에도 안 좋으니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피우는 것이 좋겠다." 고 점잖게 타이른다.
경비원으로서 가장 힘들 때를 묻자, "저는 자발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일 할 때 힘든 줄 모릅니다. 그러나 저를 믿어주지 않을 때, 신뢰가 깨질 때 가장 힘듭니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윗분이 직위로써 누르려 할 때는 정말 힘듭니다."
경비원으로서의 보람은 "주민들이 버스나 백화점이나 거리에서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때"라고 한다. 또 "흡연하던 중학생이 담배를 끊었다고 부모와 함께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라고 한다.
건의 사항으로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비를 천한 직업으로 보고 있다"며 "업무일지를 기록하는데 맞춤법이 틀리기도 하지만 한자(漢字)나 건의사항을 기록하면 건방지다고 보는 권위주의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파트 주민에게는 "부족한 것 많고 덕도 부족한 저에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이 고맙고 가정에 건강과 사랑과 행복한 웃음이 넘치길 바란다"고 끝인사를 한다.
그는 7월 31일 퇴직한 후 한 달간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 도안'을 배운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 여행을 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