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에 관리를 선택하던 네 가지 표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오늘날의 지도자의 조건과 리더십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재조명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체모(體貌)의 풍위(豐偉), 언사(言辭)의 변정(辯正), 해법(楷法)의 준미(遵美), 문리(文理)의 우장(優長)을 표준으로 삼아 인물을 선택하여 관리로 등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당서(唐書)≫ 선거지(選擧志)에 의하면, 신(身)은 풍채가 늠름하게 생겨야 하고, 언(言)은 말을 정직하게 해야 하며, 서(書)는 글씨를 잘 써야 하고, 판(判)은 문리가 익숙해야 한다고 했다. 인물을 선택하는 데 표준으로 삼는 네 가지 조건을 쉽게 풀어보면 신수 • 말씨 • 글씨 • 판단력으로 삼았다는데 오늘날에도 크게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진리는 영원하다는 생각도 든다.
첫째,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첫째 평가기준이 되는 것으로, 아무리 신분이 높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첫눈에 풍채와 용모가 뛰어나지 못했을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신은 풍위(豊偉)일 것이 요구되었다고 적고 있다. 오늘날의 신(身)의 의미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리더로써의 역할을 다할 수 있고 일거수일투족의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야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둘째, 언(言)이란 사람의 언변을 이르는 말이다. 이 역시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아무리 뜻이 깊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도 말에 조리가 없고, 말이 분명하지 못했을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언은 변정(辯正)이 요구되었다고 적혀있다. 지도자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해야만 구성원이 지도자를 믿고 따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도자는 유머감각도 있어야 인간관계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고 자리에 따라 격에 맞는 멋진 연설이나 메시지를 통해 감동을 안겨 줄 수 있어야 인기 있는 지도자에 올라가는 것이다.
셋째, 서(書)는 글씨(필적)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로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인물을 평가하는데, 글씨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글씨에 능하지 못한 사람은 그만큼 평가도 받지 못한 데서 서에서는 준미(遵美)가 요구되었다고 적혀있는데 글씨 말고도 더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생각이다.
서(書)에 숨은 깊은 뜻은 독서를 많이 한 사람으로 자기 생각을 지혜롭게 글로 잘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리더를 요구하였던 것 같다. 또한 정보화시대에는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여 나에게 필요한 정보로 가공하여 활용하는 능력도 지도자에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넷째, 판(判)이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이 아무리 체모(體貌)가 뛰어나고, 말을 잘하고, 글씨에 능해도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능력이 없으면, 그 인물됨이 출중할 수 없다 하여 문리의 우장(優長)할 것이 요구되었다고 강조해서 적어 놓았다. 지도자는 최종판단을 해야 하는 고독한자리이다. 지도자가 판단을 잘못하였을 때 따라오는 피해는 너무나 크다. 장수의 잘못된 판단은 많은 병사를 잃고 전쟁에서 패하게 되는 것처럼, 또한 기업의 경영자가 판단을 잘못하였을 때는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고, 정치가나 행정가의 그릇된 판단은 국민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게 되어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잃고 모두가 불행하게 되기 때문에 지도자의 판단력은 매우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해도 부정에 눈이 어두워 그릇된 판단을 하면 신뢰를 잃게 되고 이름과 명예를 모두 잃게 되므로 냉철한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
당나라에서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모두 갖춘 사람을 으뜸으로 생각하여 덕행과 재능, 노효(勞效)의 실적을 감안한 후에 등용하였다니 오늘날에도 인재등용에 네 가지 덕목을 간과하지 말고 사회 각 분야 인물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구성원의 존경을 받고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공한 지도자가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