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기말고사를 끝낸 아이들과 함께 교실 정리정돈을 하였다. 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교실 청소였기에 치워야 할 물건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의미일까. 아이들은 사물함과 책상 속에 있는 각자의 소지품과 교과서, 참고서 등을 정리하며 감회에 젖는 듯했다.
교실 여기저기를 살피면서 문득 일 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올려졌다. 처음에는 낯설게만 보였던 교실이 이제는 책상 위만 보아도 그 책상이 누구의 것인지 알 정도로 많이 익숙해져 있다. 담임을 하면서 느낀바, 고3 교실은 아이들과 호흡한 시간이 많아서인지 어느 학년에 비해 남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주말과 휴일도 잊은 채 일 년간 이 교실에서 부대껴 왔다. 실외보다 실내에서 생활한 시간이 많은 터라 교실은 아이들이 수다를 떨며 학창시절 추억을 만든 장소가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아이들의 재재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교실에 떨어진 교과서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한 흔적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페이지마다 빼곡하게 적어놓은 필기 내용을 보며 매 수업시간 최선을 다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그리고 필승을 다짐하는 문구들이 여전히 아이들 책상에 끼워져 있었다. 모름지기 아이들은 마음이 해이해 질 때마다 그 문구를 되새기며 심기일전 했으리라.
3월 초. 환경미화 심사를 위해 학급 아이들 모두가 신경을 썼던 교실 게시판은 수능을 끝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언제부턴가 사설학원에서 나온 정시모집 배치표로 장식되어 있었다. 수능성적표가 나오기까지 십 여일이 남았다. 가채점 결과,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 그래서 일까? 몇 명의 아이들 책상 위에 진학 책자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대학 선택을 두고 고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할 날보다 헤어질 날이 더 가까워짐에 따라 왠지 모를 아쉬움이 더 많은 이유는 왜일까. 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 본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는가? - 나는 아이들 개개인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 나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지식만 강조하지 않았는가? - 나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없었는가? - 나는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았는가? - 아이들의 꿈을 좌절시키는 말은 하지 않았는가? - 사소한 감정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