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5 (금)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노랑머리, 도대체 너 누구야?”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아이들의 출석을 점검하기 위해 교실로 갔다. 교실 문을 열자 몇 명의 여학생만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을 뿐 대부분의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수능시험과 기말고사가 끝난지라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아이들의 등교시간을 조조수업 뒤로 늦추었다.

등교한 아이들에게 방과 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들 대부분은 특별히 할 일이 없어 가정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였으며 일부 아이들은 학원(영어, 요리, 미용, 컴퓨터, 자동차 등)에 나가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왔던 것들을 배운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을 벌 요량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몇 명의 남학생도 있었다.

1교시 수업시간 10분 전, 아직까지 몇 명의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 ○○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지각도 없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1교시 시작종 울리기까지 등교를 하지 않고 있었다. 내심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 아이의 등교 여부를 확인하고 난 뒤 교무실로 내려갈 생각에 잠깐이나마 교실복도에서 그 아이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잠시 뒤, 복도 저 멀리서 한 여학생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그 아이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손으로 낯을 가린 채로 내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가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있는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그 아이의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교실 앞에 서있는 나를 보자 그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더 숙였다. 순간, 그 아이의 머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아이의 머리가 파마와 더불어 노란색으로 염색이 되어 있었다. 학생신분으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머리 스타일이었다.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소리를 질렀다.

“노랑머리, 도대체 너 누구야? 고개 들어 봐.”

그 아이가 고개를 드는 순간 파마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염색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였다. 그 노랑머리는 다름 아닌 우리 반 ○○였다.

“너, ○○아니니? 아니 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니?”
“……”

그 아이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학기 중 단 한 번도 교칙을 위반한 적이 없으며 학교생활에 충실했기에 그 아이의 변신은 담임인 내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침에 지각을 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파마를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자신도 어색한 듯 계속해서 머리만 만지작거렸다.

다음 날 아침. 그 아이는 파마도 풀고 염색도 다시 하여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마치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아이들과 수다를 떨었다. 방과 후, 그 아이를 조용히 불러 어제 파마한 모습에 대한 나의 느낌을 이야기해 주었다.

“노랑머리, 너 어제 스타일은 정말 아니야. 그게 뭐니? 아줌마처럼.”
“아줌마라고요? 태어나서 처음 해 본 건데…”

내 핀잔에 그 아이는 실망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뒤돌아 서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를 지켜보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편으로 어제 그 아이의 파마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지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