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수학 시간에 거리 재기를 공부했습니다. 발걸음과 양 팔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길이를 재는 공부였습니다. 교실에 있는 물건의 길이를 어림 짐작한 것과 실지 길이의 차가 가장 작은 모둠에게 포인트를 주는 재미있는 놀이를 통하여 아이들의 양감을 측정해보며 참 재미있게 공부했지요. 양감을 길러주기 위해서 실제로 재어보는 공부를 자주, 많이 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길이재기의 마지막 차시는 '실생활에 적용하여 봅시다'입니다. 운동장에 나가서 구령대에서 교문까지 거리를 어림 짐작한 다음, 실제로 재어보고 가장 차가 적은 모둠에 포인트를 주는 수학 게임을 했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좋아서 운동장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즐거움에 찼습니다.
발로 재는 아이, 팔 길이로 재는 아이, 나름대로 자기만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재는 아이들. 현민이는 자기 발로 재다가 몇번이나 헤아린 숫자를 놓쳐서 다시 돌아가 재는 모습에 다른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지요. 은비는 제법 체계를 갖춰 재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책에다 발걸음이 10번이 될 때마다 기록을 하여 수학 책이 온통 숫자로 꽉찼습니다. 인재는 자기 팔 길이로 잰다며 다리를 쫙쫙 벌리며 운동장에 표시를 했습니다. 여섯 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짝끼리 도와가며 재는 모습이 참 귀여웠답니다.
각 모둠에서 어림 짐작한 거리를 적은 다음, 줄자를 이용하여 실제로 재는 공부를 했습니다. 구령대에서 교문까지는 50미터가 되었는데 제법 비슷하게 맞춘 두 모둠에게 칭찬 점수를 주었지요. 이렇게 아이들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갈 것입니다.
"운동장에 직접 나가서 공부하니까 재미있었나요?" "예, 선생님!" "어때요? 여러분이 어림 짐작한 것이 정확합니까?" "아니요, 차이가 많이 나요. 조금 비슷해요." "그래요. 눈으로 보는 것이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한답니다.그러니까 앞으로도 자를 사용하여 길이를 재보는 습관을 길러서 여러분의 눈 짐작이 정확해지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마음의 눈'을 키우는 일은 더 소중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눈으로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우리 몸에서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게 눈이랍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눈으로 본 것을 가장 잘 믿지요. 여러분이 수학 시간에 어림 짐작해 본 길이와 직접 재어본 길이에 차이가 많이 나듯이 여러분이 눈에 비친 다른 일들도 그렇게 차이가 많답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말로 하면 '마음의 눈', 즉 심안을 가져야 한답니다. 그 눈은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눈이랍니다. 사람들은 그 마음의 눈, 심안을 가지려고 좋은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학교에 와서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그리고 좋은 곳을 여행하기도 하고 현장체험학습도 많이 다니는 거랍니다. 좋은 영화를 보는 일,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도 모두 마음의 눈을 키우는 일이랍니다.
그리고 친구의 좋은 점을 많이 보는 눈,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도록 노력하는 일, 어렵거나 힘든 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눈이 크고 넓어진답니다. 아직은 어린 2학년이지만 길이재기를 공부하는 수학 시간에 여러분의 눈으로 직접 보고, 발과 팔로 직접 재어본 거리도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앞으로 집에서도 부모님과 함께 어림 짐작해서 재어보는 시간을 많이 갖기 바랍니다. 자기가 직접 본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말하는 습관까지 가지면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아직 어린 아홉 살 아이들에게 다소 철학적인 말을 곁들였지만 아이들은 진솔하기 때문에 금방 받아들였습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영적인 눈과 심안을 지닌 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