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띠 해 이다. 소는 부(富)를 불러오고 화(禍)를 막아주는 존재로써 여유와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행동이 느린 사람을 소에 비유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고집이 세고, 어리석은 면도 비유되지만, 소처럼 일한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란 속담처럼 꾸준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사람 중에 소띠가 많다고 하여 근면과 성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소 웃음, 쇠귀에 경 읽기, 황소고집,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 말갈 데 소 간다. 등 소의 행동특성을 적절히 비유한 속담도 많이 있다. 풍요와 부(富), 길조, 의로움, 자애, 여유로움 등 긍정적인 면도 많은 소의 해 기축 년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소는 농경사회에서는 지금의 농기계 역할을 했기에 소중히 길러 농사일을 하였고, 소를 팔아 대학을 보냈던 시절엔 ‘우골탑’이라는 말도 나왔던 부(富)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한우단지에서 집단으로 소를 키워 미식가(美食家)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청도, 의령, 진주의 민속 소싸움 축제는 또 하나의 민속구경거리로 관광객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예전엔 시골의 농가에서는 집집마다 소를 키웠다.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소죽을 끓여 먹이는 일을 지극정성으로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겨울철엔 소 먹이를 많이 만들어 놓고 보약이라고 할 수 있는 콩을 넣어 영양식을 해주는 이유가 일철에 소를 부려 먹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일을 하면서 정이 든 소를 우시장에 내다 팔 때는 목돈을 쥘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서운한 감정으로 허전해 하시는 마음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요즘의 소들은 일도 시키지 않고 축사에 가둬놓고 사료를 주며 키우기 때문에 예전의 소와는 너무 다른 일생을 보낸다. 넓은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는 모습과 논밭에서 쟁기를 끌며 일하는 모습은 깊은 산촌 마을에나 가야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운동도 마음대로 못하고 사료만 먹고 자라다가 대부분 도살장에 팔려가서 생을 마감 하게 된다. 요즘의 소 보다는 힘들게 일은 하였지만 자유를 누렸던 예전의 소들이 더 행복했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시절에 하숙집 가는 길에 도살장이 있었는데 도살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소가 큰 눈망울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소고기를 먹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는다. 일철에는 열심히 일하고, 다른 주인에게 팔려갈 때는 부(富)를 안겨주고, 죽어서는 고기를 남겨 영양을 공급해 주고, 가죽은 북을 만들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렇게 보면 소처럼 우리인간에게 많은 이로움을 주는 동물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모든 것을 베풀며 주기만 하였지 욕심을 채우지 않는 동물이 소가 아닌가? 소가 우리조상들의 희망이었던 것처럼 이를 교훈으로 삼아 어려운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낼 것을 다 함께 다짐해 보자. 올 한해 소처럼 아무런 대가(代價)를 바라지 않고 무한대의 봉사와 희생을 감수하는 마음으로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