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1월 5일)부터 시작된 2․3학년 보충수업에 예년에 비해 많은 아이들이 참석하여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학급마다 과반수이상의 학생이 참석하여 시간표를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3학년 한 학급의 경우, 소속 학생 전원이 참가하여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파는 예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학 중 보충수업 희망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조사결과, 많은 신입생과 학부모가 고등학교에서 개설한 학과목(국어, 영어, 수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강을 희망하였다. 이에 학교 측은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학급 수를 늘려 모든 학생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강사확보에 차질을 빚기도 하였다.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강제적인 참가가 아니라 본인의 희망에 의한 자발적인 수강 탓일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진지하였고 교사 또한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열정이 남달라 보였다. 또한 학교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이 자율학습과 인터넷 강의를 위해 도서실과 멀티미디어실을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교 보충수업에 참가하는 학생 수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이유는 공교육을 불신하여 방학 때면 무조건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려는 부모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한파에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학원수강료 탓이 아닌가 싶다. 매번 특강을 한답시고 턱없이 비싸게 부르는 학원수강료를 학부모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며 조금이나마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학부모의 의도인지 모른다.
올 해 국제중학교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의 경우, 갑자기 닥친 외환위기에 준비했던 해외로의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결정한 곳이 수도권에 소재한 한 기숙학원이었다. 학부모의 말에 의하면, 그 기숙학원은 몇 백 만원에 해당하는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학부모들에게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도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며 그 학부모는 스스로 위안을 하였으나 왠지 모르게 씁쓸하였다.
대부분의 대학교와 고등학교가 등록금을 동결한 것을 비추어 볼 때, 사설 학원 또한 수강료를 낮추거나 동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부 학원의 경우, 방학 성수를 맞아 터무니없이 비싼 수강료를 받기 때문에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학급의 한 여학생의 경우, 몇 백 만원에 해당하는 겨울 방학 특강 수강료 때문에 지금까지 배워 온 미술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울먹이기도 하였다.
요즘 들어,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들의 학원 수를 줄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물며 학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에는 학원에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교육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학교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골고루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며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자녀가 수강료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를 보조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아이들 간의 교육 격차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