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대형 전시관에는 기획전이 열린다. 이러한 기획전이 최근에는 더욱 많아지고 다양화되어지고 있다. 기획전을 열기 위해서는 보험료, 대여료, 운송료, 광고료, 대관료 등이 만만치가 않으나 계속 많아지는 것은 장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을 가면 작품을 감상한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밀려서 주마간상(走馬看山)식의 감상을 한 예가 많다. 이러한 기획전은 대부분 방학에 맞추어 열리고 있다. 그것은 관람자를 학생들에게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교육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우리 부모님의 심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교사로서 대형 기획 전시를 보면서 공교육에서 미술교과는 시수가 줄고 특히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기도 하는 현 상황에서 사람들은 왜 이리 미술 전람회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가에 자문하기도 한다.
전람회의 관경을 보면 부모님과 동행한 초등학생들이 많다. 아이들의 귀에는 해설이 녹음된 MP3가 꽂혀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기본적인 지식을 준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똑같은 해설로 인한 개인의 감흥과 진정한 미술비평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대형 미술기획 전시에 대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양미술 위주의 전시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극동아시아 등 아시아와 유럽 이외의 전시 기획전이 없다. 이것은 다문화 사회에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육계와는 매우 상반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문화적 상대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미끼 작품을 내세운 광고로 인하여 관람자를 모우는 경제 중심의 전시회이다. 전시회는 주관처가 이익을 우선시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셋째,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가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제적 이익이 우선하더라도 관람자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오히려 쉽게 여행하기 어려운 지역의 문화를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남미의 잉카 문화, 아프리카 토인 문화, 극동의 문화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다원화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문화적 상대주의를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의 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많았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적인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전시회를 열기 전에 미리 많이 관람하는 대상 학년의 학생을 몇 몇 선별하여 학생들의 수준에서 궁금한 것을 미리 조사하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세세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전시회에서는 연대표 비교, 사조에 대한 설명 정도로 그치고 있지만 그것은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전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16세기 프랑스 정물화를 감상할 경우 중국의 백자에 대한 이야기로 문화의 이동에 대한 이해를 더하는 전시의 안내라든가 루벤스의 작품의 경우는 한복을 입은 남자의 작품(영인본)을 함께 전시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끈다든가 동서 문화의 비교와 그림 속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 작품과 그 시대의 사회 상, 작품의 표면 처리와 표현방법, 과거의 안료 사용법 등에 대한 것을 함께 안내하거나 전시하여 전시의 시너지(synergy) 효과를 높였으면 좋을 것이다. 또한 대형전시회를 열기 전에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시가 될까를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세워지기 전에 구겐하임제단이 한강변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우기를 제안하였으나 서울시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현재 빌바오시는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인하여 관광객의 수가 50%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것을 정책 입안자들의 문화 예술적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는 단적이 예이다.
현재 국제 사회에서는 국가의 수준이 경제적 수준과 함께 문화적 수준에 대한 평가를 매우 중요시 하고 있다. 예술이 문화적 안목을 높이고 나아가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전 국민의 문화적 안목을 높이는 방법은 공교육의 예술교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