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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장학금 유감(遺憾)


장학금은 누가 받아야 할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우리 학교 제1회 졸업을 앞두고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학교 운영위원들이 학생들의 사기를 진작하고자 장학금 전달 의사를 밝혀왔다.

해당 학년에서 13명의 대상자 명단을 가져왔는데 추천사유를 보니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장학금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장학생이 되려면 우선 학업성적이 우수해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 대상자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렇게 되면 수혜자도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한다.

지금 40대 이상의 교육자라면 한 가지 아픈(?) 상처 하나 쯤은 있지 않을까? 고교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학업성적은 우수하나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공부도 잘하고 가정형편이 좋아야 사범계에 진학할 수 있는 요즘과는 달랐던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40대 이후는 그 이미지 굳어짐에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한다. 공부는 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것. 물론 그 당시 학생이야 아무 잘못이 없다. 가정경제를 도우며 부모에게는 효도를 했으니 칭찬받을 일이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못 따라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명단에 올라온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 학생 스스로 공부는 보통 또는 못하는 편이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다고 할 때 무너지는 자존심은 평생을 간다. 또 친구들까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미지가 굳어지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공부 잘 하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범계에 진학해 이미지가 굳어진 것도 억울(?)한데 공부 못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았다고 생각해보라. 그건 이미 장학금이 아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다. 명칭만 근사하게 붙였지 생활비에 보태쓰라는 것 아닐까?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본다. 요즘 졸업할 때 학업성적 우수자가 대외상을 수상할 때 달랑 종이 상장 하나 받는 것이 고작이다. 관련법에 의해 부상을 함부로 수여할 수 없다. 선생님들 말씀에 의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가정형편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장학생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1등으로 졸업을 해도 가정이 부유하기 때문에 장학금을 못 받는 것이다. 장학금 못 받는 결정적인 이유가 부모 잘 만난 것이다. 이게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도 더 잘할 수 있게 장학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좀 더 양보를 해 장학금을 받으려면 최소한도 학업성적이 30% 이내에는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장학금을 받는 첫째 이유가 ‘성적 우수’가 되어야 떳떳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인에게나 주위 사람에게나 사회 전체의 이미지 형성에도 좋다고 본다.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야 한다. 혹시라도 성적이 배제된 장학금이 있다면 대상자 선정이나 전달 과정에서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만든 장학금 대상자 추천 기준을 보니 고입 내신 100등 이내, 학업성적 우수하고 근면 성실한 학생, 학업성적 우수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다. 최종 선정된 학생들을 보니 20등 전후까지다. 이 정도면 장학금 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자존심도 살려주지 않을까 싶다.

내 머릿속에 있는 장학금의 개념은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대어주는 돈’이다. 사전적 정의는 ‘주로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보조해 주는 돈’으로 나와 있다.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장학금의 종류도 다양하게 하고 장학생임을 떳떳이 자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장학금 수혜자가 장학금으로 인해 자존심이나 이미지 손상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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