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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동학사에서 들은 법문

여행처럼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때는 없는 것 같다.

“봄방학에는 쉬는 날 없어요?”

아내가 여행이라도 갔으면 하는 눈치여서 학년말이 더 바쁘다는 말은 했지만 하루 일정으로 계룡산 동학사를 향해 떠났다.

2주전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지만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떠나는 여행과는 또 다른 기분이 느껴진다. 해묵은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봄기운을 받으며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여행은 찌든 삶에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계룡산 입구에 들어서니 계곡에서 내뿜는 신선한 공기가 가슴을 파고들어 산뜻한 봄 냄새를 느끼게 해주었다. 평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꽃나무 가지 끝에는 작은 꽃망울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오랜만에 아내와 손을 잡고 걸어가니 따뜻한 마음과 새로운 정을 느끼게 된다. 33년 넘게 내조해준 아내가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음력 2월 초하루라는 것을 알자 불교신자인 아내는 너무 좋아 한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날을 선택했을까?"

대웅전에 들려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제일 위쪽에 있는 법당에 다다르니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합창단의 찬불가가 들려왔다. 초하루 법회가 있는 날이었다. 대부분 여신도들이 모였는데 아내와 함께 강당 안으로 들어가 법문을 들었다.

사람의 마음과 몸 관리를 자동차 관리하듯이 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닦고 기름 치고 조이고 관리를 잘하면 차를 오래사용 할 수 있듯이 사람의 몸도 관리를 잘해야 병들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알아듣기 쉽게 말씀하신다. 간결한 어조로 청중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법문을 들으니 너무 재미있었다.

평소에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 즉 복을 지어야 좋은 일이 생기지 복을 짓지는 않고 나는 왜? 지지리 복도 없느냐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는 쉬운 깨달음도 일러주셨다.

그 동안 남자스님들의 법문은 많이 들었어도 여자스님의 법문은 처음인 것 같다. 아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법문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 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할 때 법문을 맺었다. 아쉬움이 남는 법문, 너무 피부에 와 닿는 유익한 법문을 듣고 점심공양을 하면서 알았는데 동학사 승가대학 학감을 지내신 행오스님이라고 한다. 매달 초하루에 법문을 한다고 하는데 새해 첫 법문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우연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은 나이 떡이라 해서 송편을 빚어 나이 수대로 먹던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아쉬움이 있는데 절에서는 점심공양과 함께 흰 시루 떡 한 덩이 씩 줘서 나이 떡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려 올 때는 많은 등산객과 사찰을 찾는 인파가 늘어나 새 봄을 맞아 외출하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봄기운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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