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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공교육과 대학의 ‘2인3각(二人三脚)’

대학진학률이 무려 88%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 입시제도와 공교육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대학입시는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인생의 진로를 결정짓는 갈림길이다. 그러다 보니 대입제도에 한번 손을 대면 유아·유치원 교육까지 흔들리는 나비효과가 발생할 정도이다. 광복 이후 약 60년 동안 정권이 6차례 교체되면서 입시제도는 15차례, 전형 방법은 16차례, 교육장관은 무려 50명이나 바뀌었다.
 
이는 1990년 제정된 입시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며 새로운 제도 하나를 바꾸기 위해 평균 13년에 걸쳐 준비하는 일본, 200~300년 동안 한 틀의 입시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 독일 등과 대조적이다. 우리의 경우, 입시제도가 평균 4년 꼴로 바뀌고 대학 신입생 정원이 고교 졸업생수를 초과하는 ‘대입정원 역전’ 시대가 되었지만, 입시지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급작스럽고 잦은 대입제도 변경은 결국 고교교육을 비롯한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어 왔다.

바야흐로 또 다시 대입제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최근 KAIST가 입학 정원의 15%를, POSTECH(옛 포항공대)이 모집 정원 전체를 학교장 추천과 면접만으로 뽑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키로 했다. ‘입학사정관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등에 대한 전문가가 성적이나 수상 실적이 아닌 면접과 그동안 교육적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창의성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이제는 과학고도 일부 학생을 이 방식으로 뽑겠다고 한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입학사정관제’는 현행 점수 위주의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개선할 ‘선진국형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기대 못지않게 우려 또한 크다.

우선, 입학사정관의 역량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따른 신뢰성 확보 문제이다. 또한 교육현장에서 평가한 지필평가 위주의 성적을 배제하고 학생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평가 기준의 논란 등 공정성 시비도 뒤따를 것이다. 이런 선결과제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학생·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인삼각(二人三脚)’이라는 경기가 있다. 두 사람의 다리 한 쪽씩을 끈으로 묶은 채 어깨동무를 하고 한 몸처럼 달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으로, 키도 보폭도 다른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호흡을 맞추어야만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갈 수 있다. 이 경기를 해보면 따라오지 못하는 상대가 못마땅하기도 하고, 제 맘대로 급히 뛰어가는 상대가 원망스러워 묶었던 끈을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뛰다가 걸음이 엇갈릴 때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다시 보조를 맞춘 후 공동의 목적지를 향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즉, 이인삼각 게임의 성공 비결은 운동신경이 둔한 상대를 기준으로 해서 느리게 달리는 ‘협조’와 ‘배려’의 마음인 것이다.

‘이인삼각’처럼 둘이 한 마음으로 발맞추어 달려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교육과 대학은 인내심 없이 끝까지 완주하기는 어렵다. 상대를 못마땅해 하거나, 상대가 원망스러워 묶었던 끈을 풀어버리면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교육과 대학 모두 한 발씩 뒤로 물러서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는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대학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크게 벗어난 영역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서는 대학이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굳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말하지 않더라도 본질적인 문제해결보다 졸속처방으로 만들어진 교육정책으로, 자칫 잘못 끼워진 단추처럼 방향을 못 잡고 표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엽적이고 단발적인 빠른 변화보다, 원칙과 원리를 세워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지혜로운 통찰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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