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과 ‘엉겁결’은 단어 형태가 비슷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얼떨결’은 (주로 ‘얼떨결에’ 꼴로 쓰여) 뜻밖의 일을 갑자기 당하거나,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복잡하여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판.
- 얼떨결에 대답하다.
- 고모부는 할아버지가 꾀고 어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결혼하고 만 것이었는데….(현기영, ‘순이 삼촌’)
- 그녀는 내게로 다가와 남자처럼 악수를 청했고 나는 얼떨결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조해일, ‘아메리카’)
‘엉겁결’은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뜻하지 아니한 순간.
- 엉겁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을 저지를 애가 아니다.
- 엉겁결의 착각으로 그만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 아무리 엉겁결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짓을 했는지 몰라.
‘얼떨결’과 ‘엉겁결’은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유사하다. 하지만 사전의 의미에서 보듯 ‘얼떨결’은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형편.’이고, ‘엉겁결’은 ‘뜻하지 아니한 순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얼떨결’은 ‘얼결’과 동의어이다. ‘얼결’은 ‘얼떨결’의 준말로 흔히 ‘얼결에’ 꼴로 쓰인다.(나는 얼결에 그의 비밀을 말하고 말았다./그는 너무 놀라서 얼결에 벌떡 일어섰다./명훈은 다른 부원들이 곧 뒤를 덮칠 것 같아 얼결에 칼을 내질렀다.) ‘얼떨결’을 문학 작품 등에서 ‘얼떨김’이라는 말로 많이 쓰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 나는 너무 춥고 척척해서 얼떨김에 노크하는 것을 잊었다.(이상, ‘날개’).
○ 다리를 건너다 한 사내에게/무심결에 인사를 한다./얼떨김에 그가 인사를 받는다.(황동규, ‘풀이 무성한 좁은 길에서’)
여기서 ‘얼떨김’은 ‘얼떨결’의 잘못이다.
‘얼떨결’을 ‘어떨결’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도 바른 경우가 아니다.
○ 윤정수, 11 살 차이 여친 어떨결에 공개(비즈플레이스뉴스팀, 2009. 5. 4.)
○ 그리고 그 자전거를 독일에서 팔았고요.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데 그냥 어떨결에 스쿠터를 한 대 구입하게 됐어요.(오마이뉴스, 2009. 4.12.)
‘얼떨결’은 ‘얼떨하다’와 관련 있는 단어다.
‘얼떨하다’는 형용사로 ‘뜻밖의 일을 갑자기 당하거나,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복잡하여서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데가 있다.’
- 그는 갑자기 일을 당하여 정신이 몹시 얼떨했다.
- 너무 서두르는 통에 신성이 얼떨하여 대답이 곧 나오지를 않으나….(염상섭, ‘모란 꽃 필 때’)
- 춘식이는 잠결에 얼떨한 채 윗도리를 더듬어 입었다.(김정한, ‘딋기미 나루’)
‘얼떨결’은 형용사 ‘얼떨하다’의 어근 ‘얼떨’에 ‘-결’이라는 접사(접사 ‘-결’은 ‘꿈결, 무심결, 잠결’처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지나가는 사이’, ‘도중’의 뜻을 더한다.)가 붙은 것이다. ‘엉겁결’도 마찬가지다. ‘엉겁’에 접사 ‘-결’이 붙은 단어이다. ‘엉겁’은 ‘끈끈한 물건이 범벅이 되어 달라붙은 상태.(신발이 진흙으로 엉겁이 되었다./영희는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엉겁이 된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를 말하는데 여기에 ‘-결’이 붙었으니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뜻하지 아니한 순간.’이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