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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띄어쓰기에 대하여

띄어쓰기는 글을 쓸 때, 내용의 이해를 쉽게 하고 뜻의 전달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의미 단위를 벌려 쓰는 것이다. 우리말에서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에 띄어쓰기 규정에 따로 두고 있다.

띄어쓰기 규정은 훈민정음 반포 당시에는 없었다. 훈민정음 언해본 등에 고리점을 찍어 문장 단위의 띄어쓰기는 일부 있었지만, 오늘날 어절 단위의 쓰기 규칙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중국어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띄어쓰기를 처음 시도한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서양 사람들이다. 이들은 선교를 위해 우리말을 배우고, 성경을 우리말로 보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우기 쉬운 문법서를 만들었다. 이때 자신들의 문법에 따라 띄어쓰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것도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서 만든 것으로, 오늘날의 띄어쓰기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띄어쓰기를 언급한 것은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이다. ‘독립신문’ 창간사를 보면,

우리신문이 한문은 아니쓰고 다만 국문으로만 쓰는거슨 상하귀천이 다보게 홈이라 또 국문을 이러케 구절을 떼여 쓴즉 아모라도 이신문 보기가 쉽고 신문속에 있는 말을 자세이 알어 보게 홈이라.

독립신문의 창간 취지를 읽을 수 있는 글인데, 특히 표기 방식이 눈에 띈다. 즉 독립신문을 국문으로 쓰고 띄어쓰기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앞에서 언급한 서양 선교사들의 국어 연구를 무시할 수 없다. 또 ‘독립신문’ 사장인 서재필 박사의 오랜 미국 생활로 우리말 띄어쓰기에 대해서 눈을 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이 ‘독립신문’의 교정원으로 근무했던 것도 영향이 컸다.

그러나 여기서도 가독률을 높이기 위해 띄어쓰기를 한다는 명분만 보이지 오늘날 띄어쓰기와는 많이 다르다. 위 예문에서 보듯 어절 단위의 띄어쓰기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띄어쓰기가 규범화된 것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1949년 ‘한글 띄어쓰기’, 1964년 ‘교정편람’, 1969년 ‘한글 전용 편람’과 1988년 ‘한글맞춤법’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띄어쓰기 체계가 확립됐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5장에 띄어쓰기 규정에는 ‘제1절 조사, 제2절 의존 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및 열거하는 말, 제3절 보조 용언, 제4절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에 대한 분류를 하고, 41항에서 50항까지 세부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의 일부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맞춤법’은 정서법과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고, ‘띄어쓰기’는 다른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람은 학교 때 받아쓰기 등을 해서 ‘맞춤법’은 그럭저럭 알겠는데, ‘띄어쓰기’는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기도 한다.

띄어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문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띄어쓰기는 말을 의미 요소와 문법 요소로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국어의 문장은 조사와 어미를 이용해서 문법적인 관계를 밝히는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근거로 띄어쓰기를 한다. 또, 본용언과 보조 용언의 관계, 어구와 합성어에 따라 띄어 쓰는 규칙이 있다. 우리말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 또는 어간에 문법적인 기능을 가진 요소가 붙어 쓰이는 교착어이다. 이러한 교착성도 띄어쓰기와 관련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띄어쓰기를 잘 지키는 것은 문법을 정확히 알고 지키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띄어쓰기는 문장 미학의 완성 단계이다. 띄어쓰기는 의미를 정확히 할 뿐만 아니라, 글을 전체적으로 보기 좋게 한다. 어절과 어절을 넓히는 것은 여유로운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듯해서 마음도 넉넉해진다.

한글 맞춤법이 하나의 약속인 것처럼 띄어쓰기도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개인적으로 불편하기도 하고 거추장스럽지만, 공동생활을 할 때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띄어쓰기 등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주제가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장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그 전달의 힘이 약해진다. 띄어쓰기를 정확히 지키면 글을 쓰는 사람의 능력까지 느끼게 된다. 글을 쓴 사람의 인품을 짐작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읽는 사람도 선명한 의미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는 전문가만 글을 썼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쓴다. 직장인도 보고서를 쓰고, 어린 아이들도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그렇다면 띄어쓰기 같은 규칙은 이제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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