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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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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근래에 산책을 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건강을 생각하여 의도적으로 산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갑천 둑방길을 걸으면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전에는 갑천의 물이 더럽고 지저분하다 하여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나 근래에는 물이 깨끗해진 탓인지 새벽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늘도 턱수염이 많고 눈가에 주름이 많은 아저씨는 밤샘을 하였는지 주위에 낚싯대와 보조도구들이 널브러져 있고 어깨가 축 처진 것으로 보아 밤샘을 한 것이 틀림없다. 낚시로 밤샘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추석 전날 밤이었는데도 낚시를 한다는 것은 웬만한 낚시 광이 아니고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나도 물고기 잡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어릴 때 정겹던 시절이 더욱 그리워진다.

내가 살던 고향은 물 맑고 경치 좋은 황간에서 추풍령 골짜기 동막골을 휘돌아 오르다 보면 내와 함께 인접해 있는 들 가운데 있는 동네이다. 동네 이름이 광평리라고는 하지만 넓은 평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추풍령 계곡의 산촌에서 그런대로 넓은 논밭이 있다고 하여 광평리라고 하였을 것이다. 우리 동네는 추풍령에서 동네 앞으로 내려오는 내와 뒤편으로는 물한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우리 동네 근처 황간 금상구에서 합천을 하여 월류봉 한천8경을 법화천이 휘돌아 금강으로 합류된다. 동네 앞에도 내가 있고, 뒤편에도 내가 있어서 어릴 때부터 물과 함께 생활을 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동네 앞 묘지처럼 생긴 동뫼에 올라 “오늘은 보 막는 날이니 모두 연장을 가지고 웃보 막으러 나오시오”라며 큰 소리를 질러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던 목소리가 크고 구레나룻이 유난히 넓어 새카맣고 수염이 더부룩한 오목이 아버지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비가 많이 와서 장마진날은 더욱 재미있다. 동네 아저씨들이 긴 장대에 훑어서 잡을 수 있는 통발이 같은 것을 달아서 물 따라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끔은 엄청나게 불은 물에서 고기를 잡으려다 떠내려가서 실종이 되었다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말이다. 또 물이 빠지고 나면 긴 낚시 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냇물의 양쪽 가장자리에 말뚝을 박고 낚시줄을 물위에 약간 띄어서 파리와 같은 미끼를 달아 놓으면 올라오던 물고기들이 미끼를 따 먹으려다 잡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팔딱거리며 파르르 떨면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피라미들을 보는 재미로 물고기 잡는 아저씨와 이야기 하면서 고기 배를 따주다가 너무 늦게 집으로 돌아와 보리밥에 물을 넣어 멸치와 고추를 고추장에 급하게 찍어먹고는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드나들던 일들도 모두 물고기와 얽힌 이야기다.

동네 형들이 밤낚시를 한다고 하면 빠짐없이 물고기 잡는데 따라다녔다. 도르래를 이용한 밤낚시를 하는 것이다. 이때는 동네 뒤편에 있는 방대라는 냇가로 간다. 이곳은 물이 많고 꽤 깊어서 낮에는 동네청년들이 대나무에 철사를 날카롭게 다듬어 고무줄을 이용하여 만든 작살이라고 하는 물총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아 내오는 곳이다. 밤에는 물고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 안쪽에 삼각형 모양으로 도르래가 달려있는 말뚝을 건너편에 간격을 벌려서 박아 놓는다. 낚싯줄을 삼각형 모양으로 연결하여 잇고 한쪽 편에는 낚시를 여러 개 달아 놓아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때 잡아당겨서 다른 쪽으로 낚싯줄을 옮기면서 잡는 것이다. 이때 낚시는 굵은 낚시를 사용을 하고 미끼도 개구리 뒷다리나 미꾸라지 거머리를 사용한다. 밤낚시이기 때문에 물리는 고기들은 뱀장어, 메기, 자라, 빠가사리 등 씨알이 굵은 물고기들이 잡힌다. 이때에는 찌 대신에 방울을 달아놓아 물고기들이 입질을 하면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신기했다.

내가 최근에 까지 물고기를 많이 잡던 것은 피라미낚시였다. 피라미 낚시는 긴 장대에 낚싯줄을 묶어서 낚시 두개를 서로가 두어 뼘 정도차이가 나도록 낚싯줄 끝에 묶고 또 두어 뼘 위에 찌를 달아둔다. 흘러가는 물에 찌를 띄어 자멱질하면 피라미를 낚아채는 것이다. 이때 미끼는 물속 돌 밑에 기어 다니는 물벌레를 이용을 하면 좋다. 피라미낚시의 묘미는 시간을 낚는 기다리는 낚시가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 물에 찌를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찌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낚아채는 것이다. 이때 순간적인 전율과 같은 짜릿한 손맛은 희열을 느끼기에 족한 것이다. 물고기 잡는데 정신이 빠져서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따갑게 달궈진 자갈밭 냇가를 오르내리면서 벌겋게 살갗은 탔지만 그래도 잡을 때의 손맛 때문에 짬만 나면 피라미낚시 하는 것을 즐겼다.

친구들과 함께 물고기를 많이 잡던 것 중에 하나는 봇도랑을 막아서 잡는 방법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보로 들어가는 물길을 돌려서 보 안에 여기 저기 낮은 곳에 갇혀있는 둠벙에 대야를 이용하여 물을 퍼내어 물고기를 잡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친구들이 많이 모였을 때 하는 것이다. 가끔은 몰래 보에 들어가는 물길을 돌리다가 봇도감(보를 관리하는 사람)한테 들켜서 줄행랑을 칠 때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우리들은 다시 모여 의협십(?)으로 서로 친구를 보듬으며 밤이 새는지 몰랐다.

또 가을걷이로 황량한 겨울을 준비하는 썰렁한 들판 귀퉁이에 논도랑이나 둠벙을 퍼서 미꾸라지를 잡기도 하는데, 이때의 미꾸라지는 씨알이 굵고 누렇고 붉으스레한 배통에 살이 통통 오른 것이 보기에도 좋다. 물이 고였던 도랑에 삽이나 괭이로 폭폭 퍼내다가 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들이 진흙을 뚫고 쏘옥 기어 나오는 것을 주어 담으면서 친구들은 풍성함으로 마냥 즐거웠던 것이다. 잡은 물고기는 나누어 집으로 가지고 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친구네 집에 가지고 가서 얼큰하게 민물매운탕을 끓여서 소주하고 밤이 늦도록 동네 파티를 하는 재미는 그 어떤 것보다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시골서 농사일을 하면서 자랐던 친구들이기에 술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친구들이 떠난 고향은 언제나 쓸쓸하고 외로웠다. 고향에는 친구 혼자만이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고향에 갈 때면 언제나 고향친구는 무조건 말없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메를 들고 양동이와 세수 대야 그리고 긴 장화를 신고 냇가에 가자고 한다. 고향을 떠난 친구에 대한 대화의 장이며 향수를 달래주려는 배려차원일 것이다. 친구는 혼자 물에 들어가서 커다란 메를 들고 물에 잠겨있는 돌을 두드려 고기를 기절을 시켜서 물위에 둥둥 떠오르면 대야에 담아서 밖으로 내 놓는다. 양동이에 옮겨 담고 또 대야를 그 친구에게 건네주는 행위가 잦아질수록 우리들의 목소리도 자꾸만 커지면서 아련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동심의 추억이 그릇에 그득 그득 담아지는 것이다. 오늘 저녁 즐거운 파티를 생각하며 말이다.

한가위 새벽까지 낚시를 즐기는 낚시광을 보고 내 어릴 때 물고기 잡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갑천에서 그려본다. 이제는 물고기 잡자고 권하는 친구도, 애타게 기다리며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부모님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현실에 풍성한 한가위가 애잔함과 그리움으로 더욱 사무친다. 보고 싶다. 부모님, 고향친구…. 그러니까 잘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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