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있는 날. 교실 문을 열자 여느 때와 달리 아이들의 얼굴은 긴장한 듯 잔뜩 굳어 있었다. 그리고 교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신종플루와 관련된 이야기로 소란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그건, 신종플루예방 접종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된 연일 계속되는 방송 탓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일까? 사전 조사 시 접종을 하겠다던 아이들조차도 다시 고려해 보겠다며 접종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주사를 맞으면 아프지 않느냐며 엄살을 부리기도 하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스러운지 마치 초등학생 같았다.
순간, 예방접종에 앞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정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잘못 알고 있는 편견과 신종플루와 관련된 내가 아는 모든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내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아이들은 마음이 놓인 듯 했다.
내 이야기에도 불안하다며 접종을 거부하는 아이들과 부작용이 우려되는 아이들에게는 접종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예방접종 목적, 접종 전 주의사항, 사전예진표 작성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예진표를 나눠주고 작성하게 한 뒤, 아이들을 예방접종 대기실로 보냈다. 대기실에서 아이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담당
의사와의 예진이 이루어졌다. 접종 당일 건강이상 등으로 접종하지 못한 접종연기자는 추후 보건소에서 접종하기로 하고, 의사와의 예진에서 이상이 없는 학생에 한해 접종이 시작되었다.
접종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 표정은 다양했다. 접종을 하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주삿바늘을 보지 않으려고 아예 시선을 창문 밖으로 두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팔에 힘을 주어 간호사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접종을 한 아이들은 혹시 접종 후 생길지도 모르는 이상반응 발생에 대비하여 마련된 관찰실로 이동하였다. 관찰실에서 아이들은 주사 부위를 문지르며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렸는지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접종을 끝낸 아이들에게 이상증세가 있는지를 물었다.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듯 했다. 입시로 심신이 지쳐 있는 아이들인데 우려했던 부작용이 생기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종플루 예방 접종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아이들이 고생하지 않기만을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