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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공교육 개혁,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자

희망의 2010년, 호랑이의 우렁찬 포효가 울려퍼졌다. 모두가 가슴속에 한 가지씩 간절한 소망을 품고 시작한 새 해, 교육계도 공교육 정상화라는 해묵은 과제를 앞에 놓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장 신학기가 시작되면 ‘교사평가제 도입’과 ‘학력평가 학교별 정보 공개’ 등 교육 활동이 유리알처럼 공개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공교육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교육현장을 뒤흔들 태세다.

사교육으로 인한 국민적 고통을 감안하면 공교육 정상화는 당연하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소위 정권의 실세라는 분들(곽승준 위원장, 이주호 차관, 정두언 의원)이 각개격파식으로 나서서 학원심야교습 금지, 외고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으나 실제로 사교육비를 경감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수렵되지 못했고 어쩌면 그들만의 파워게임에 이리저리 휘둘린 느낌마저 없지 않다.

교육 문제는 일반적인 정책과는 다르기 때문에 땜질식 처방으로는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기초 체력 강화에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기초 체력은 무엇인가. 이는 바로 교육의 핵심인 교사들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의 능력이 곧 공교육의 능력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몰아붙였지, 교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현재 사교육에서 1타 강사(대표강사)로 불리는 사람 가운데 ‘삽자루’가 있다. 연 매출 90억, 강의를 듣는 학생만도 6만에서 7만명 정도라고 한다. 한 학생이 온라인으로 5개월 정도 패키지 강의를 듣는 데 16만 6,000원 가량 들고, 단일 강좌를 70일 정도 듣는 데 만도 6만 9,000원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라 화면을 통하여 듣는 수업인데도 이렇게 많은 수강생이 몰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수업이 학생들의 정서에 맞고 또 핵심을 잘 짚어준다는 데 있다. ‘삽자루’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하루 2시간 이상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부수적인 일은 7명의 조교들이 해결하고, 자신은 하루 4시간 동안 교재연구에만 전념한다고 한다. 한 시간의 수업은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치밀하게 기획되고 이를 바탕으로 연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 한 사람이 담당해야할 공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하루 정규수업 시간만 4시간에 보충수업 2시간 그리고 방과후수업까지 따지면 총 7시간 이상의 수업을 해야 한다. 많을 때는 하루 10시간 수업을 해본적도 있다. 그러니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이면 파김치가 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수업을 하는데 어떻게 양질의 수업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학생지도와 상담 그리고 각종 잡무처리에 이르기까지 교재연구를 할 시간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런데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은 모른체하고 오로지 경쟁으로 내몰면 공교육의 수준이 올라간다는 발상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공교육이 사교육 앞에서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있다. 삽자루는 별칭는 학원강사 시절, 말을 듣지 않은 수강생들을 실제 삽자루로 때려서 학생들이 붙여줬다고 한다. 삽자루의 강의를 들어보면 비속어가 난무하는 등 거침이 없다. 그런데 교사는 매를 들기는 커녕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학원 강사가 매를 들면 당연하고 학교 선생님이 매를 들면 항의하는 현실에서 공교육의 설자리는 좁아보일 수밖에 없다.

굳이 교육만이 살 길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떠올리지 않더라고 2010년은 그 동안 방치됐던 교육계의 기초체력 즉 교사들이 처한 여건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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