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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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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부적응 학생 선도, 선생님들이 앞장서야

학교에 있다 보면, 각종 문제를 일으키거나 부적응을 보이는 학생 선도와 관련하여 선생님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얘기 가운데서 참으로 듣기 불편한 소리가 하나 있다. “집에서 제 부모도 못 휘어잡는(포기한) 아이를 선생이 무슨 수로 가르치겠어요? 잘 되건 못 되건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어찌 생각하면 맞는 얘기 같기도 하다. 직접 낳아 기른 부모도 제 자식을 어쩌지 못하고 내버려 두고 마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그 무슨 전지전능한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닌 바에야 빗나가고 비뚤어진 아이를 일조일석에 바로잡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문제되고 학교에서 골칫거리인 아이라 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장차 어떻게 될까? 결국 비행과 범죄의 나락에 빠져들어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고 나아가 사회적 안정까지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 사는 것도 힘든데 말썽만 부려서 끝내는 부모조차 포기한 아이, 그리하여 학교 집단 내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라 해서, 무한한 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조차 포기해 버린 채 그들에 대한 선도나 교정 노력을 선생님들이 게을리 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공부를 가르치는 것만이 전부일 수 없는 교육자의 무한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거쳐 오는 동안 공동체 사회의 해체, 개인주의적 사고의 확산 등으로  나타난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 상실,  책임의식의 실종이 만연되어 있고, 이는 결국 가정 붕괴와 가족 해체로 이어져 아이들을 극도의 위험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집 건너 이혼 또는 별거 가정이 생겨나고, 그로 인한 가족 간 반목과 불화는 필연적으로 아이들의 반사회적 일탈행위를 낳기까지 한다. 안타까운 점은, 날로 극심해져 가는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와중에서 가정과 학교, 사회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들 모두 무책임한 어른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가 가정 구실까지 대신하고 선생님이 부모역할까지 감당하는 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몇 십 배 이상의 헌신과 노고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힘든 줄은 알지만, 혼자의 힘으로 바르게 자라기에는 너무도 험한 세상의 파도와 힘겨운 가정환경의 고통, 그로 인하여 엄습하는 쉼 없는 불안의 그늘 속에 갇혀 살아야 하는 가엾은 아이들에게 정신적 자존감을 심어주고 세상은 충분히 꿈을 가지고 살만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일을, 우리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해줄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3월을 맞이해, 가슴 안에 절로 샘솟는 생명력을 하늘 향해 내뿜는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찬 학교의 교정을 바라보노라면, 그 속에서 함께 부대끼고 함께 울고 웃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바라건대 가족해체나 가정 붕괴로 인해 상처받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그 부모보다 더 큰 정과 마음을 쏟아 보살피고 그들 모두가 심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헌신을 아끼지 않는다면 학교는 말 그대로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나며, 우리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로서 든든한 희망과 믿음의 씨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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