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16일) 조회시간. 교실 문을 열자 여느 때와 달리 교실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어수선했다. 영문을 몰라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의 화제는 어제(15일) 실시된 천안함 함미 인양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아이들은 방송에서 접한 실종 전사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하며 마음 아파했다. 심지어 전역을 앞둔 한 병사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교실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기에 내심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무관심한 줄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이 사건을 알면서도 표현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이라고 답을 주지 못했지만, 이 사건에 대해 아이들 또한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아이는 죽은 장병에 대한 넋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의 원인을 꼭 밝혀내야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 아이는 인터넷 사이트에 남긴 자신이 쓴 추모의 글을 낭독하며 많은 아이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천안함’ 사건으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아이들이 군 복무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갖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아무런 동요 없이 학생 본분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가져본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 모두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는 없지만 천안함 수색작업을 하던 중 숨진 한주호 준위의 ‘살신성인(殺身成仁)’과 자신보다 전우를 더 생각하는 천안함 병사들의 ‘희생정신(犧牲精神)’이 얼마나 고귀한가를 아이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한번쯤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