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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C등급이 이상한 이유

27년째 교사다. 지난 달 말 성과급 지급이 완료된 가운데 ‘교원 성과급 차등분배 무의미’라는 신문기사를 보니 다시 화가 끓어 오른다. 

필자가 학교에서 하는 일은 국어, 문학 수업 외에도 학교신문 제작 및 글쓰기 지도 등이다. 어쩔 수 없어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맡아 한다는 후배 국어교사가 없어서이다. 그렇더라도 좋아서 스스로 자청,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다. 학생지도의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전문계고에서 필자가 하는 일은 의미가 남다르다. 

기본적으로 열패감에 빠져 있는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팍팍 심어주고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해 지도한 한 학생은 우정사업본부주최 보은의 달 편지쓰기대회에서 1등을 차지,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교원성과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담임을 맡지 않고, 부장 보직도 없으니 딴은 그럴만하다. 게다가 평가항목에서 경력을 제외했으니 C등급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하긴 해마다 C등급이니 감회가 새로울 것도 없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강제 연수를 받아도 모자랄 C등급 교사에게 방과후 학교 수업까지 맡겨진 점이다. 누가 봐도 모순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걸 받아들여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도대체 C등급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학생 지도 공적을 인정받아 교육감 표창을 받는 교사가 C등급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바꿔 말해 교육감은 퇴출 직전의 교사에게 잘못된 시상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된다.

‘원로교사’를 앞둔 이 썪은 나이에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게 학생지도에 열정을 다하는 교사가 C등급이라면 나는 혹 애꾸눈 나라의 두 눈 달린 병신이 아닌가, 자탄하게 된다. 

“우리에게 맞추어서 수업을 해주신다”,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친구 같은 선생님이다”, “인생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문학지식을 많이 깨우쳐주신다”, “잘못된 점을 확실하게 집어주신다. 말을 잘 들어주신다”, “글을 쓰시는 선생님이라 독후감숙제 같은걸 검사하시는 걸 봐도 정말 깐깐하게 보신다.”

위의 글들은 지난 해 가르친 제자들로부터 받은 ‘평가’ 중 일부다. 교원평가제가 시행되기 전, 그러니까 학생들이 1년 동안 국어수업을 받으며 느낀 점들을 자발적으로 작성해 ‘책거리’ 후 보내온 것이다. 아무래도 C등급 교사에게 너무 과분한 제자들 평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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