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개정교육과정의 시행이 가시권에 접어든 느낌이 든다. 교육청에서 교원수급과 학생정원 가배정 등 재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배정이기에 앞으로 변수가 많긴 하지만 이처럼 가배정이 일찍 이루어진 예가 없다는 데서 2009 개정교육과정은 학교는 물론 교육청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의 교육과정 개편과 달리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중에 교원수급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쉽게 풀어나갈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당국에서 일괄적으로 시간과 이수시기를 정해 내려보내던 형태에서 단위학교에서 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상황이 현재 2009개정교육과정이다. 문제는 어떤 과목을 집중이수 해야 하느냐에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목간 논란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집중이수제를 도입하는 과목에서는 도입초기에 교사수급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수업시수 감축대상 과목이 되어버리면 어려움은 더욱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 교육과정 편성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설문지에 자세한 설명을 하였으나, 이를 이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집중이수제를 해야 하는 과목으로 영어, 수학 등 이른바 주요과목에 답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얼핏 들으면 집중이수제를 집중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개정교육과정이 학교에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이런 문제는 필자뿐 아니라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교과서 문제인데,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2007개정교육과정의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당연히 교과내용도 2007개정교육과정에 맞춰야 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의 경우는 2007개정교육과정을 적용받고 있다. 중학교 2, 3학년은 2006개정교육과정을 적용받고 있는데, 기존 7차교육과정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그대로 교육과정을 적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중학교 2학년의 영어, 수학은 2007개정교육과정을 적용받고 있다.
2011학년도에 1학년이 되는 신입생들은 교과서가 1, 2학년분만 사용할 수 있다. 일부과목은 통합교과서로 사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영어, 수학은 3년치 교과서가 모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가령 어느 교과에서 2011학년도에 1학년 때 집중이수로 3학년과정까지 모두 마친다면 3학년과정은 교과서 없이 교사들이 재편성하여 수업을 해야 한다. 이런 과목이 생각보다 많다. 집중이수를 해야 하는 과목들이 늘게 되면서 3학년 과정을 별도로 편성해야 하는 과목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교사들이 해야 할 일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것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교과내용에 변화가 온 과목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3학년 과정을 재편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과정을 급하게 개정하다보니 발생한 문제다.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2007개정교육과정의 교과서마저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바로 눈앞에 있다. 물론 교사들이 재구성해서 가르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갑작스런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런 혼란스런 문제를 일선학교에서 겪게되는 것이 문제다. 교과서가 없어도 가르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교육과정을 개정한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