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보도에 의하면, 서울의 모든 학교가 2학기부터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고 한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내려진 조처로 보인다.
그동안 체벌과 관련해서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몇 년 전 어떤 작가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만 봐도 인간의 폭력에 관한 사회적 평가는 매우 부정적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체벌은 또 다른 폭력의 일종이며, 폭력은 폭력을 낳는 것만 보아도 체벌은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생각은 이런 이상적인 현실과는 사뭇 많은 차이가 있다. 학교와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현실에서 교육적인 체벌마저 금지한다면 그야말로 이제는 아이들을 통제할 아무런 장치도 없는 셈이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해야할지도 모른다.
혹자(或者)는 교사의 인품으로 학생들을 감화시켜 지도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말들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학교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각기 개성이 다른 38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은 그대로 살아있는 생물체이며 시시각각 그 변화가 무쌍하다. 싸우는 학생, 고함치는 학생, 떠드는 학생, 씨름하는 학생, 가래침을 밭는 학생, 아무 데나 휴지를 버리는 학생 등등 담임 교사나 담당과목 교사 한 사람의 인품으로 이런 아이들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포터도 몇 년 전에는 체벌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훨씬 교권이 살아있었고 아이들도 선생님 무서운 줄을 알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학생에게 교사가 평가를 받는 시대인 것이다. 평가권을 쥐고 있는 학생 앞에서 교사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애감은 일선 학교현장에서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얕보이지 않도록 교재연구도 충분히 하고 자기계발을 강화하여 실력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실력이 있으면 학생들이 아무래도 좀 무서워하게 되고 또 그 교사의 말을 듣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얕보이게 되면 그 교사가 하는 말을 아예 무시하거나 전혀 듣지 않게 된다.
며칠 전 야간 자율학습시간이었다. 오후 6시10분부터 9시30분까지 60분씩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자습시간인지라 참을성이 부족한 학생들은 1교시가 지나면 몸둘 바를 모르게 된다. 심지어는 수정테이프를 전부 풀었다가 처음부터 다시 감는 학생, 고장난 볼펜들을 가져와 1교시부터 3교시까지 고치는 학생, 아니면 문방구에서 프라모델을 사와 로봇이나 헬리콥터를 조립하는 학생 등등 하여간 별의 별 학생이 다 나타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학생들을 말로 어르고 또 달래도 본다. 하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 어쩔 수 없이 매를 들어 종아리를 치게되면 효과는 백 점 만점이다. 종아리를 치는 소리에 교실 안은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진다. 백 번 천 번 말로 달래는 것보다 이렇게 단 한 번의 체벌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체벌에 대한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이것이 습관이 된다는 점이다. 말로 타이르려 하지 않고 그냥 손쉽게 매를 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에 빠져들지 않도록 체벌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정해서 잘만 시행한다면 교육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무너져 내린 교권을 바로 세우고 선생님들의 기를 살려주는 일이다.
김홍도의 '서당도'를 보면 학생 하나가 훈장님한테 회초리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 감히 어느 누가 체벌을 운운할 것인가. 그것은 훈장이 든 회초리에는 제자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엄격함이 듬뿍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교사들이여, 우리도 제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듬뿍 갖고 자신 있게 훈계의 매를 들자.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로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