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4일 토요일, 우리들의 특별한 봉사활동은 그렇게 설렘으로 시작되었다. 서령고등학교 1학년 학생 335명은 봉사활동의 하나로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외래식물 제거작업을 하러 떠났다. 우리의 목적지는 안면도 삼봉해수욕장 일원의 해안 및 자연관찰로 등이었다.
토요일 아침, 335명의 봉사활동단원들은 달콤한 늦잠을 송두리째 반납한 채 충남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유난히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한 시간 여만에 도착한 곳은 충남 태안군 안면읍 있는 삼봉해수욕장.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눈을 뜨자 바다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아, 바다처럼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새벽녘의 짙은 해무(海霧), 정오의 강렬한 물빛, 저녁 무렵의 환상적인 노을. 그리고 이따금씩 무섭게 달려드는 파도는 사람을 들뜨게도 하고 때론 차분하게도 한다.
여장을 풀자마자 우리는 바다로 나섰다. 저 멀리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각배를 감상하며 해변을 걷는다. 설탕처럼 하얀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삐어져 나온다. 발가락을 간질이며 삐어져 나온 모래는 신비한 부챗살 문양을 만들며 방문객을 원시의 바다로 유혹한다.
본격적인 외래식물 제거작업에 앞서 국립공원해설사로부터 가장 흔한 외래식물인 '백령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백령풀은 꼭두서닛과의 한해살이풀로 백령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이 원산지로 6.25동란 때 미군들의 군화에 묻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걸로 파악되고 있다. 번식력이 왕성해 보통 백령풀 한 포기가 300개의 씨앗을 퍼트린다. 놀라운 번식력이다.
해변에는 수많은 외래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외래식물은 토종식물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따라서 백령풀, 도깨비가지,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환삼덩굴 등 외래식물을 솎아내는 봉사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래식물은 번식력이 왕성해 토종식물의 성장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아예 고사시키기도 한다.
안면도 해송림도 태풍 콘파스를 피할 수는 없었다. 송림 바닥에는 강풍에 떨어진 생솔가지와 솔잎들이 수북히 쌓여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하고 있었다. 송림에는 솔잎이 없는 소나무만 빽빽하게 서 있어 기괴한 느낌까지 들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네 시간 동안 우리들만의 특별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자연 사랑과 환경보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 또한 버스의자에 깊숙이 등을 묻은 채 깊은 침잠에 빠져들었다. 나 하나의 인간이란 개체는 머지않아 곧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인간이라는 생물종이 이 지구상에서 계속해서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경을 지키고 바다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금 저 아이들이 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래식물인 '백령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