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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체벌없는 학교=사랑없는 학교

체벌없는 학교는 얼핏 보기에는 이상적인 학교로 보인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학교야말로 이상적인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체벌대체방안은 한마디로 희망보다는 실망쪽에 가깝다. 교실뒤에 서서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은 현재도 교사들이 하고 있는 방법이다. 교실 밖으로 학생들을 내보낸 다음 성찰교실에서 지도를 받게 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이다. 성찰교실로 가게되면 정규수업을 듣기 어려울 것이고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성찰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인력도 문제이다. 현재 학생들을 징계하면 징계받은 학생들을 지도할 인력이 없다. 생활지도 담당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지도를 하지만 수업과 방과후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이 문제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도리어 징계받은 학생들을 방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성찰교실을 만들기 전에 여기서 학생들을 지도할 인력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안교육프로그램이나 대안학교 전학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대안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대안학교역시 체벌금지에 따라 전학을 해야 할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학생배심원제도도 초기에는 자주 열리지 않겠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자주 열어야 할 것이다. 역시 학생들의 학습권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이상적인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다.

또 한가지 정말로 우려되는 것이 있다. 교실뒤에 세워놓거나 성찰교실에 가도록 하는 것은 모두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끝까지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집단이 바로 교사집단이다. 말을 안들으면 몇대 때려서라도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렇게 하면서도 그 학생들과 거리를 두지 않는다. 원수지간이 되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왜 그런가. 매를 때려서라도 학생들 계속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벌대체방안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학생들이 대안학교로 전학을 갈수도 있도록 되어있다. 제자를 학교 밖으로 내보낸 교사들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과 학생들의 관계는 최소한 이렇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교사가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수 있겠는가. 최근까지는 이런 의식이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앞으로는 체벌을 할 수 없으니, 학생들이 규정을 위반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원칙대로 처리하는 수 밖에 없다.

규정에 따라 처리하다보면 학생들과 사랑으로 맺어진 풍토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엄격히 규정을 지켜야 학생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체벌없는 학교로 인해 사랑이 없어지는 학교를 상상이나 해 봤는가. 우려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이다. 때려서 졸업시킬 학생을 안때리고 학교 밖으로 보낸다는 것은 교사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체벌을 대체하는 방안이 이론적으로 옳은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어려워져서는 안된다. 규칙을 철저히 지키면 그만이지만 학생들이 어디 그런가.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요즈음 학생들이다. 체벌이 없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보다 싫어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의 정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말썽부리는 학생들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체벌만 없어지면 학교가 이상적인 곳이 될까. 그보다는 학생과 교사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체벌하면 학생들은 신고를 하고, 학생이 말썽을 부리면 교사들은 규정대로 처리하고...이런일이 학교에서 발생해도 되는 것일까. 체벌금지 문제는 다양한 검토와 의견교환이 필요하다. 토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문제이다. 성급한 결정이 가져올 문제들이 염려된다. 재검토할 의지는 없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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