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무대의 만남'을 시도한 이색 과학 연극 '산소'.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극본을 쓰고 무대 위에서 직접 실험이 펼쳐지는 등 흥미로운 진행이 신선하다.
다음달 3일부터 20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산소(Oxygen)'는 연극 소재로는 드문 '과학'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포항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축전'기간 중 무료 공연으로 선보였다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대학로 무대까지 진출하게 된 작품.
노벨 화학상(1981년)을 수상한 로알드 호프만 미 코넬대 교수와 경구용 피임약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칼 제라시 현 스탠퍼드대 교수가 공동으로 극본을 썼다. 노벨상이 처음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면 누가 그 주인공이 됐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에서 작품은 출발한다. 이름하여 '거꾸로 노벨상'.
2001년 노벨 화학상위원회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맞아 산소를 발견한 18세기 화학자 셸레, 프리스틀리, 라부아지에 3명을 후보로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게 된다. 누가 가장 먼저 산소를 발견했느냐는 것. 작품은 2001년과 1777년을 넘나들며 실제 세 과학자와 그 부인들이 공방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기 자국 출신 과학자를 지지하는 심사위원들과 명예욕 때문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과학자들의 질투 집념 사랑 뒷거래 등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18세기 과학자들이 산소를 발견하는 과학 실험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배우들의 1인 2역 연기도 볼 만하다.
탤런트 안정훈이 연극 무대에 데뷔하며 정규수 길해연 전현아 등이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 씨는 "일반인이 궁금해 하는 과학자의 삶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연극"이라며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과학의 달 기념공연이기도 한 이 작품이 공연되는 대학로에서는 가족과학축전이 함께 개최되며, 같은 기간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극장에서는 칼 제라시의 또 다른 희곡 '완벽한 오해(An immaculate Misconception)'도 무대에 오른다. 문의=(02)744-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