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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쓸데 없는 말과 급하지 않은 일은 버리라

가까이 보이는 산자락에는 옅은 안개를 머금고 있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아름다운 가을날씨를 미리 예고하는 듯하다. 오늘 아침에는 중간고사 3일째라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학생들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모자랄 것 같다. 모두가 자기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면 한다. 우리학교에는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생각해 보지 못하고 넘어간 문장들이 있다. 그 중 정기편의 14번째 문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 한다.

“荀子 曰 無用之辯과 不急之察을 棄而勿治하라”(순자 왈 무용지변과 불급지찰을 기이물치하라) 이 문장의 뜻은 ‘순자가 말하였다. 쓸데 없는 말과 급하지 않은 일은 버려두고 다스리지 말라.’

이 문장은 해석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무용지변은 쓸데 없는 말, 또는 쓸데 없는 변론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불급지찰은 급하지 않는 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순자께서는 이 두 가지를 버리고 다스리지 말라고 하셨다. 순자(筍子)는 BC,298~238, 이름은 황(況)으로 전국시대 말기의 조나라 사람임 자하(子夏)의 학파에 속하는 유학자로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에 관하여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순자께서 이 말을 한 것은 자기의 경험에 의한 것이라 여겨진다. 쓸데 없는 말을 함부로 하다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급하지 않은 일을 서두르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 후배들에게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했으리라 본다.

無用之辯(무용지변), 즉 쓸데 없는 말이나 변론을 하다가 자신이 낭패를 당하는 경험을 누구나 다 해 보았을 것이다. 쓸데 없는 말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쓸데 없는 말을 하다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오해를 받게 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상대방이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말은 조심해야 한다. 신독(愼獨)이라고 하여 혼자 있어도 말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라고 하는데 두 사람이 이상이 있는 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말은 잘해야 본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쓸데 없는 말을 해서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쓸데 없는 변론도 마찬가지다. 아무 소득도 없는 것 가지고 다투다 보면 나중에는 감정싸움으로 커지게 되고 나중에는 사이가 나빠지게 되기도 한다. 꼭 도움이 된다거나 필요하다면 몰라도 변론도 서로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不急之察(불급지찰), 즉 급하지 않는 일도 서둘러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급하지 않은데 서둘러 하다가 보면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고 만다. 모든 일은 차근차근, 신중하게 하려고 해야지 급하게 서둘러 하다가 보면 꼭 후회할 일이 생긴다.

쓸데 없는 말, 급하지 않는 일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는 그런 것에 길들여 있는 자는 자신을 다스려가야 한다. 말도 아끼고 행동도 아껴야 한다. 말도 신중하게, 행동도 신중하게 해야 뒷탈이 없다. 말을 내뱉고 후회하고 일을 저지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오늘 아침 순자의 말씀을 되새겨 보면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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