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전이 기반이 되어 그 뒤로는 사전 편찬이 원활히 이뤄졌다. 1961년에 이희승 박사가 편저자로 되어 있는 ‘국어대사전’은 23만여 어휘를 수록했다. 1975년엔 신기철(申琦澈), 신용철(申瑢澈) 형제가 ‘새우리말큰사전’을 펴냈고, 1976년에 현문사(玄文社)에서 ‘한국어대사전’을 냈으며 1978년엔 남광우(南廣祐)가 감수한 ‘새국어대사전’이 이상사(理想社)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1991년에 ‘한글학회’가 다시 ‘우리말 큰사전’을 편찬했다. 45만여 개의 표제어를 담은 사상 최대 규모로 우리말글살이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 사전은 45만여 개의 어휘를 쉽고 정확한 우리말로 풀이해 싣고 풍부한 용례를 덧붙였다. 또 천연색 그림과 사진을 실어 말뜻 이해를 도왔다.
특히 기존의 사전이 표제어를 늘리기 위해 인명, 지명 등의 고유명사를 마구 집어넣어 백과사전을 연상시켰던 것과는 달리 국학과 관련된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유명사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
이 사전은 ‘한글학회’가 20여 년 동안 숙원사업으로 삼아온 것으로 편집 작업에만도 73명이 꼬박 5년간 매달려야 했던 대역사(大役事)다. 이 사전은 지난 1929년 ‘조선어학회’가 사전 편찬을 추진한 이래 60여 년간 계속된 ‘한글학회’의 피땀 어린 ‘우리말 사랑’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와서는 우리 국어학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1990년 초 어문관련 현안문제의 해결과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정어문기관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어문학계와 언론계의 여론에 따라 국립국어연구원(2004년 11월 11일 기존 연구기능에 정책기능을 강화하여 국어 연구·정책기관인 ‘국립국어원’으로 개편)이 설립되었다. 이는 대통령령 제13163호(1990년 11월 14일)에 따라 1991년 1월 기존의 국어연구소(1984년 5월 설립)를 확대 개편하여 문화부(현재 문화관광부) 소속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이는 한국의 어문정책 전반에 관련된 연구를 주관하는 기구이다. 특히 국어사전 편찬, 각종 어문규정(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로마자표기법 등)의 제정, 보급을 통해 언어생활의 표준을 제공하고, 각종 어문자료를 수집하여 국어 유산을 보존·연구하는 한편 국어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1991년 문화부장관의 지시로 수립된 ‘종합국어대사전(가칭)’ 편찬사업이 국립국어원의 주요 신규 사업으로 확정됨에 따라, 1992년 기존 사전 편찬 실무 담당자 회의를 통해 사전 편찬실을 설치하게 된다. 그 결과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이 발간되었다.
이 사전은 국가에서 최초로 직접 편찬한 것이다. 이 사전은 표준어를 비롯하여 북한어, 방언, 옛말 등 50여만 단어가 수록되어 지금까지 나온 사전 중에서 가장 많은 단어수를 포함하고 있다. 분량면에서도 7,300여 면으로 기존 대사전의 두 배 분량에 이른다. 200여명에 이르는 박사 과정 수료 이상의 국어국문학 전공자가 집필과 교정에 참여하였으며, 전문어는 따로 120여 명의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다. 8년 동안 500여명의 인원이 편찬에 참여하였으며, 112억원(국립국어원 92억원, 두산동아 2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등, 그 작업 과정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사전 편찬 작업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이 사전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현행 어문규정의 정해진 원칙을 구체적인 단어 하나하나에 적용하여 단어를 사정하고 사전에 제시하여 기존의 통일성이 없던 사전들을 개선하여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였다. 또, 북한에서 1992년에 간행한 조선말대사전을 참고하여 북한에서만 쓰이는 말뿐만 아니라 남북의 어문 규정의 차이로 북한에서 달리 표기하는 단어들까지 실었다. 그리고 단어마다 풍부한 예문을 실었다. 그 외 용언과 어미가 결합할 때 변화하는 모습인 활용형을 모근 용언에 제시하고, 체언과 조사가 결합하거나 용언과 어미가 결합하여 발음이 바뀌는 경우에도 그 정보를 제시하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명칭에서 보듯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표준이 되는 사전이다. 이 사전이 나오기 전에는 개인이나 민간 출판사에서 사전 편찬 사업을 했다. 그러다보니 기존 한국어 사전들이 표제어 표기가 불일치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면이 있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한 사업이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이다. 이 사전은 국가에서 편찬을 하는 까닭에 수정이나 새로운 말의 등재 등이 민간 사전에 비해 신중하게 이루어진다. 국립국어원은 기존부터 표준국어대사전 웹 서비스를 하였고, 2008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정판이 나옴과 동시에 새롭게 단장한 홈페이지에서 표준국어대사전 개정판을 웹 서비스하고 있어서 일반인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한글’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종사업(King Sejong Project)’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한글ㆍ디지털 세대 소통 증진을 위한 새 한글사전 편찬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사전의 용어풀이에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 한글이 디지털 세대의 소통 능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수요자 중심의 ‘새 한글사전’, 웹 2.0 기반의 쌍방향 참여형 전자사전, 다변화된 외국인·재외동포의 한글 학습을 지원하는 다국어 웹사전(베트남어-한국어, 태국어-한국어 등 20여 개 언어)을 편찬하고, 신어, 지역어(방언), 전문어 등을 활용해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게 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성이 오히려 우리 문화에 퇴보를 가져오고 있다. 70년대 학교 졸업식에 한 권 씩 선물로 받는 국어사전은 국어 시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학습서였다. 고학년이 되어서도 손때 묻은 국어사전을 이용했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국어사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출판사들이 사전 편찬 사업을 접고 있다. 대학 및 연구소에서도 국어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사실 인터넷과 전자사전은 국어 어휘와 문법 연구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은 올바른 국어생활을 하기 위한 도구이다.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어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사전은 개인에게도 중요한 수단이지만, 국어 발전에도 영향을 준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미국의 웹스터, 프랑스의 라루스 등은 각 나라의 언어문화를 상징하는 사전이 되었다. 오늘날 국어사전의 위기는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말과 문화의 퇴보로 이어진다. 사전을 활용한 언어생활이 필요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