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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자와 탈선, 교단 수치일

"30대 여교사, 중학생 제자와 탈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외국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실제 상황이라니 부끄럽고 민망함으로 얼굴을 들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 동안 심심치 않게 나돌던 교단 성추행 사건이나 성폭행 사건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사건이라 더 그렇습니다.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을 바르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 담임 교사가 제자와 합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라서 처벌조차 불가하다는 법의 해석 앞에 네티즌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입니다. 그 부모가 고발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학생들을 수렁에 빠뜨리고 교단을 능멸했을지 기가 막히는 사건입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이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아픈 기억이 필자에게도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가르치던 6학년 남학생의 일입니다. 그 아이는 부모가 안 계신 형편에 가난하였지만 명랑하고 운동도 잘해서 급우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거나 안 좋은 날이면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몸짓을 해서 아이들이 질겁을 하곤 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해서 초등학생이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인 농담을 아무렇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와 상담을 하고 싶었으나 혹시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으면 그 상처를 건드릴까봐 다른 선생님께 의논을 드렸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였습니다.

그 남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난 담임 선생님이 힘들게 사는 그 아이 집을 자주 방문하였는데 그런 과정에서 담임선생님(남자분)에게 성폭행을 당하여 항문을 수술하였고 약간의 정신 이상 증세까지 보였으며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그때도 사건의 교사는 멀리 섬지역으로 좌천만 당했지 처벌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옮겨서 내가 다니던 학교에 다닌지 3년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성추행이나 성폭행 같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관내 초등학교에서 학급 교실이 아닌, 특별실을 여학생이 청소하거나 선생님들 사택을 출입 금지하게 하는 지시사항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그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을 했고 그 후로도 중학교에 진학을 했으며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전 생애에 걸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성폭행의 기억은 결코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아끼고 보듬어 주어야 할 선생님에게 당한 모욕은 어떠한 약으로도, 처방전으로도 치유할 수 없으니 평생 안고 가야할 짐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소름끼치던 그 이야기를 듣고 눈물 흘렸던 일이 다시 생각나서 자꾸만 한숨이 나옵니다.

교직은 결국 '사람' '도덕성'
어떻게 그렇게 짐승보다 못한 짓을 벌일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옵니다. 아무리 환경을 가꾸어도, 어떠한 교육을 받아도 결국은 '사람'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도덕성'이나 '양심'의 부재나 마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한 순간에 세상의 선생님들의 어깨에 무거운 멍에를 씌워놓고도, 자식을 맡긴 부모님들의 가슴에 돌덩어리를 올려놓고 법 조항이 없어서 처벌조차 할 수 없어서 풀어 주었다는 논리 앞에 말을 잊습니다.

법 조항이 없다면, 이 땅의 선생님들의 이름으로 부모님의 이름으로 처벌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선생님의 얼굴을 깔아뭉갠 파렴치한 범죄 행위를! 분노하는 부모님들의 가슴을 어찌합니까? 무엇으로 안정을 시켜야 합니까?

20여 년 전 내 제자도 상처를 딛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늘따라 간절하게 생각납니다. 세상을 용서하고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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