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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자치제라는 싹을 짓밟지 마라

지난 10월 6일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허남식 부산시장)는 오후 경남 진주시청에서 민선5기 출범 이후 첫 회의를 갖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 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교육 자치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보면, "진정한 교육 자치를 위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 교육감 선출방식을 개선하고,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해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를 일원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교육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관점을 논하고자 한다.

첫째, 시․도지사협의회의 주장은 교육 자치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부정하는 위헌적 주장이다. 우선 지방자치 실시의 근거는 헌법 제8장 지방자치의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에 지방교육자치의 명확한 근거는 헌법 제31조 제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이므로 서로 그 근거가 별개인 것이다. 교육의 자주성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89헌마88)에 따르면 교육이 정치권력이나 기타의 간섭 없이 그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교육 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조직․운영․실시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교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자치를 부정하는 것은 위헌적 주장에 다름 아니다.

둘째,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를 분리한 것은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3권분립의 원리는 국가의 권력 작용을 복수의 기관에 분산하여 그들 기관을 상호 독립시킴으로써 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확보하려는 제도다. 또한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어떠한 권력이더라도 행정기관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 상호간 전문성을 인정하고 상생의 토대 위에서 시민에 대한 봉사 행정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시․도지사협의회가 주장한 의견은 이러한 대의는 도외시한 채 교육자치 수장인 교육감을 지방자치의 수장인 시․도지사 아래에 두어서 권력을 독점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교육감 직선제는 이제야 싹을 틔우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합의된 교육감 직선제는 올해 6․2선거로 걸음마를한지 이제 겨우 100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일부 미비한 점인 과다한 선거 비용문제나 시민 참여율 제고 등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충분히 보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시민의 참여의식 변화나 탈정치적 색채로 인하여 기존 정치인을 뽑는 투표율도 갈수록 낮아지는데 유독 교육감 선거제도만 문제 삼는 것은 심히 불공평한 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지난 6․2선거에서 교육감 직선제에 찬성하여 표를 찍은 인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러한 직선제 폐지 주장을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다.

넷째, 교육자치제가 교육수요자 요구의 반영이 미흡하다는 주장은 모순이 있다. 시․도지사협의회의 시·도지사들은 현재의 교육자치가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자기들 수하로 통합한다면 이런 것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교육감들과 시․도지사간의 정책과 이념 차이로 인하여 혼란이 벌어진 것인 양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논리의 모순이 있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에 흡수하여 중앙집권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중앙집권을 옹호하는 사람의 주장에 대해 시․도지사들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끝으로 교육자치제도는 1949년에 우리헌법에 규정이 되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었다가 올해 들어서 첫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육자치 역사가 그리 깊지 않고 시민들의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때이므로 여러 제도적 장치가 미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교육자치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그 의의를 도외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시민의 민주적 의지를 무시하는 일이다. 교육감 직선제라는 제도는 아직 맹아(萌芽)에 불과하다. 찬란한 교육자치제의 꽃봉오리를 피우기도 전에 꽃샘추위를 일부러 몰고 올 필요가 있겠는가. 교육은 그 자체로 자주성과 전문성이 지켜질 때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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