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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을 단상(斷想)

가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가을이라기보다는 만추(晩秋)다. 내일 모레면 12월이고, 올 경인년 달력도 이제 외로운 새색시 마냥 달랑 한 장이 붙어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점심 식사를 하고 사무실 근처 느티나무로 이루어진 둔산 숲속 공원을 거닐면 그러한 표현도 정확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아가씨를 위시한 많은 남녀노소들이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해서 늦은 가을을 맘껏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점심때 바람이 제법 불어서 그런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마치 노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추풍낙엽이라고 하더니 바로 이런 장면을 말하나 보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기가 제법 좋다.


그런데 둔산 숲속 공원을 걸으면서 느끼는 단상이 있다. 숲속 공원에 자리한 느티나무의 수량과 그들이 떨어내는 낙엽의 양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져 쌓여 있는 낙엽은 상당하다. 즉, 바닥의 콘크리트 벽돌을 모두 가릴 정도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구청에서 다른 곳에 있던 낙엽들을 모아서 바닥에 깔아 놓았다는 것이다.

구청 입장에서야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행정의 일환이겠지만 필자와 같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낙엽을 밟게 하면 될 것이지 이렇게 일부러 낙엽을 퍼 와서 바닥에 깔아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잘 때까지 콘크리트만 밟다보면 땅 한번 못 밟는 것이 우리네 도시인 삶인데 차라리 지기(地氣)라도 느낄 수 있게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맨땅을 밟게 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와는 별개지만 아침 7시경에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보는 광경이 있다. 그것은 무슨 바람을 불어내는 분무기를 가지고 체신청 앞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도로나 한쪽으로 불어 모아서 쓸어 담는 모양이다. 분무기를 돌리려니 휘발유를 때야 할 것이고, 소음도 발생하는 동시에 매연도 상당하다. 아침의 고즈넉함을 즐기려는 필자에게는 상당히 눈에 거스른다. 그렇게 꼭 쓸어 담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그냥 놔두어도 자연스러운 일인걸. 낙엽이 휘날리며 뒹굴어 다니면 지저분하다고 보는 윗분들의 등쌀에 못 이겨 청소를 하는 모양으로 지레 짐작은 한다. 상황은 우리 청사도 비슷하다. 매일 아침에 현관 입구에서 빗질을 하는 청소용역 아저씨가 기계 대신 빗자루로 그 일을 하시기 때문이다.

가을에 본 위 두 가지 모습을 보고 느껴본다. 만일 숲속 공원과 우리 사무실 청사의 바닥이 콘크리트 벽돌로 덮여 있지 않았다면 낙엽이 떨어져도 굳이 지금처럼 악착같이 쓸 필요는 없으리라 여긴다. 왜냐면 자연의 일부인 나무에서 나온 낙엽은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야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썩어서 다시 그들 나무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이다. 그러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채 인위적으로 바닥에 돌과 콘크리트를 깔아서 깔끔하게만 보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자연은 별개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는 것을 있는 대로 두는 것이다. 거기에 자꾸 회색을 입히고, 반듯하게 잡으려고 하면 꼭 사단이 나게 마련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4대강 사업도 그런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재미를 많이 본 청계천 복원 사업도 그렇다. 자연스러움을 잊은 것은 그 자체로 자연이 아니다. 그리고 억지로 만든 인공물은 언젠가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기 마련이다.

자연(自然), 그것은 그대로 둘 때 아름다움을 발한다. 인간들이여, 자연에게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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