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의 응원에 힘입어 수능에서 대박을...
지난밤(17일) 11시. 긴장하여 잠 못 이루고 있을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긴장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잠시 뒤,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답장의 메시지를 보냈다. 의외였다.
“선생님, 저희 걱정하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
수능시험일(18일) 새벽 5시 30분.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그리고 날씨가 궁금해서 먼저 창문을 열었다. 밖은 어두웠으나 날씨는 생각보다 그다지 춥지 않았다. 매년 입시한파로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입시 한파가 없어 다행이었다.
6시.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을 시험장까지 태워가기 위해 만나기로 한 시간(07시)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하기까지 했다.
6시 30분. 학교에 도착하여 발걸음이 향한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불을 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누군가가 칠판에 적어 놓은 ‘수능 대박’이라는 글씨였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오늘 이날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리라. 모의고사 결과에 따라 울고 웃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씩 떠올려졌다.
7시. 세 명의 아이들이 기숙사 문을 열고 나왔다. 아침을 먹었느냐의 질문에 아이들은 학교 식당에서 특별히 마련해 준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며 환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아침 바람이 조금 차갑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그다지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고사장으로 가는 내내 아이들은 담소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듯했다.
7시 30분. 시험장에 도착하자 주변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러 나온 후배들과 학부모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고사장을 취재하러 나온 각 방송사 취재진들도 여기저기 눈에 띠었다. 고사장 벽과 땅 바닥에는 수험생을 격려하는 응원문구가 적힌 종이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시험장 입구에서 우리 반 아이들 몇 명이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나를 보자,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왔다. 7시에 도착한 한 아이는 자신의 떨리는 감정을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었다며 나의 지체를 원망하였다. 또 어떤 아이는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잠이 들었다며 시험 도중 졸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을 하였다. 도착하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차 한 잔을 건네며 담임으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말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생각보다 밝아 다행이었다.
작년(2010학년도)에 신종플루로 실시하지 못했던 응원전이 시간이 지날수록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이들은 모교의 이름을 합창하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목청껏 외쳤다. 각 학교에서 나온 후배들은 도착한 선배들에게 준비한 찹쌀떡과 엿을 나눠주며 필승을 다졌다. 그리고 선배를 가운데 두고 노래를 불러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08시. 마침내 시험장 문이 닫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응원을 하던 모든 아이들이 문으로 달려가 선배들의 수능대박을 위해 큰절을 올렸다. 그러자 선배들은 못내 아쉬운 듯 후배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08시 10분. 조금 전까지 응원전으로 시끌벅적했던 시험장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아이들은 가지고 온 응원도구를 챙기며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일부 학부모는 못내 아쉬운 듯 교문을 떠나지 않고 자녀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학교로 돌아가는 내내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시험장에 나온 아이들의 응원소리만 귓전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