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집으로 배달된 조선일보를 보는 순간 매우 화가 났습니다. 필자가 교사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고 생각하면서도 억울한 마음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이 기사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연평도 사건이 마치 선생님 탓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마음이 상했습니다. 일찌기 접하지 못한 국가적인 재난을 일선 학교 현장으로 돌리는 처사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국가적 변혁기, 어른들도 헷갈려요
우리나라의 문제는 어느 것 하나 명쾌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의 독립 과정이 그렇고 남북 문제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평화통일을 원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강대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서 이용당하거나 본래의 뜻이 잘못 전달되어 오해를 부르는 경우조차 허다했습니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변혁기입니다. 어른들도 헷갈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언론 매체나 방송에서 보도되는 것조차 제대로 검증된 소식인지, 그 소식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채 소문이 진실인 것처럼 여과 없이 알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서는 국가에서도 일선 교단에 분명한 지침을 내려서 교단의 각기 다른 해석을 막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 스스로가 교육과정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선생님 각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주입식 교육으로 국가적으로 중대한 시사문제를 일사분란하게 지시했던 과거 시절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지만 해석의 범주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을 만큼의 틀을 제공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문제를 교단에 떠넘기다니
천암함 사태나 연평도 피격 문제는 다분히 정치적 문제입니다. 각 분야에서 국가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의 잘못이나 판단 착오와 같은 오류는 적당히 넘겨서 재발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지엽적인 문제를 일선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여 그것이 마치 교직에 몸담은 현직 교사들의 잘못인 양, 대서특필하는 자세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을 가르쳐도 오답률은 상존합니다. 늘 복습하지 않는 이상, 잊어버리는 게 교육 현상입니다. 똑 같은 문제를 어른들에게 질문했다 하더라고 오답률은 존재합니다.
현장 교사들이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논지였다면 그래도 수긍이 갈 기사였습니다. 마치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피격 사건이 마치 현장의 선생님들이 잘 못 가르친 결과인 것처럼 대서특필한 조선일보의 행태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간 안보 교육 포기한 적 없어
필자는 교단에 서 있는 30년 동안 어느 학교에 근무하던지 간에 통일 안보 교육 행사와 계기 교육을 소홀히 하는 학교에 근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특정한 사람과 인터뷰 한 내용이 마치 전체의 의견인 양 보도하는 행태도 잘못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교사들이 마치 통일 안보 교육이나 시사 계기 교육을 내팽개친 것처럼 보도한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 단체들의 협조로 매년 치르는 통일 안보 글쓰기나 포어, 포스터 그리기 행사까지 하다 보면 교육과정을 침해하기까지 하는 현실을 너무 모르고 쓴 무책임한 기사입니다.
언론은 사회의 등불,정론으로 사회 통합을 선도해야
언론은 상처를 드러내기 전에 그것을 치유할 길도 함께 제시할 때 공감을 얻어냅니다. 정론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히 일부의 사건을 전체인 양 오도하는 보도는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보도 태도는 고쳐야 마땅합니다. 상처 받은 사람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서 추후 그 같은 사고가 나지 않을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교권은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사사건건 여론의 뭇매를 맞게하는 이 나라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래도 서 있는 그날까지 교사 본연의 임무를 방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서로 탓하기 전에 자숙하고 상생할 길을 찾아서,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갈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