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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스트라디바리우스바이올린은 왜 명품이 되었나

예술에는 거의 문외한인지라 그 흔한 바이올린 한번 직접 켜 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스트라디바리우스바이올린이 상당한 고가에 거래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보았다. 17세기에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만든 이 바이올린은 역사를 통해서 가장 정교한 바이올린으로 풍부한 감정 표현과 다양한 음색을 가진 “명품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기 수는 약 1,100개가 조금 넘지만 그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650개 정도라고 한다. 그 중에서 바이올린은 1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데 현재까지도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어 저명한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것은 50여 개에 불과하다.

갑자기 웬 바이올린 타령이냐면 영국에 유학하고 있는 재능 있는 우리나라 출신 음악가의 바이올린을 도둑들이 훔쳐갔다는 소식이 신문 사회면에 나와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씨가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잠시 멈춘 사이 약 21억 원에 달하는 바이올린을 도난당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 바이올린은 그녀 것이 아니라 영국 팬이 영구 임대해 준 것이라고 한다. 아마 도둑들은 그 바이올린이 그렇게 값진 것인지는 모르고 훔친 듯 보인다. 명품이라서 함부로 팔아넘기는 어려울 것이니 속 차리고 원래 주인에게 넘겨주어 제대로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품도 원래 주인을 만나야 명품이 되는 법이다.

그런데 이 바이올린에 대해서 흥미로운 것을 알게 됐다. 바이올린은 네 개의 현(줄)과 몸체로 이루어져 있고, 현을 활로 그어서 연주한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몸체의 중심이 되는 울림통은 앞판과 뒤판, 이들을 연결해 주는 옆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나무를 쓰냐에 따라 소리와 풀질이 다르다고 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 나무판들을 스위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가문비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스위스 고산지대는 각종 생물과 식물들이 살기에는 녹록치 않은 척박한 환경이다. 낮은 기온과 바람 등의 악천후로 인해 나무의 성장은 더딜 것이다. 그런 곳에서 구한 나무이기에 조직이 치밀하고 소리 또한 청아하다는 것이 음악가들의 분석이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 테네시대학의 나무 나이테 전문가인 헨리 그리씨노-마이어 박사와 컬럼비아대학의 기후학자인 로이드 버클 박사란 사람은 이 바이올린 제작에 사용된 목재의 나무가 오랜 기간 지속된 긴 겨울과 서늘한 여름에 성장하여 특수 음향의 성질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을 하였다. 이들은 바이올린과 바이올린이 만들어진 목재, 이 목재의 나무가 자랄 때의 기후, 그리고 이 기후가 우수한 질의 음향을 만드는 나무 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 여러 요인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고 한다.

즉, 유럽에서 14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소빙하기가 나무의 성장을 지연시켜서 알프스의 가문비나무들이 예외적으로 단단하고 큰 밀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와 17세기의 당시 이탈리아의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이 가문비나무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 빙하기 중에서도 1645년에서 1715년까지 70년 동안이 가장 추웠는데 스트라디바리는 이 시기가 시작되기 1년 전에 태어났고 이 기간이 끝날 때 그의 가장 좋은 현악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의 황금 시기는 1700년에서 1720년 사이였다. 또 어떤 이는 명품 바이올린이 된 것은 그런 좋은 나무의 조건에다가 바이올린 판에다 칠하는 도료 기법이 독특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러저런 좋은 조건이 합쳐져서 명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은 척박하고 부실한 환경에서 자란 나무들이 바로 명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날씨가 좋고 비가 잘 내리는 열대지방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한다. 일조량이 좋으니 나무의 나이테도 넓고 조직도 치밀하지 못하고 무른 편이다. 그렇기에 그 나무들의 대부분은 흔한 가구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소리를 내는 악기로는 부적당한 것이다.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유한 부모님 밑에서 은수저 물고 태어난 자식들이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 되는 경우가 예전보다는 많아졌다지만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귀감이 되는 경우는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룩한 입지전적인 인물의 경우일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구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바람과 비에 젖지 않고 크는 꽃은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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