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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무엇으로 교육자인가?

-혁신학교 탐방 후기



                -남한산초등학교 최웅집교장선생님(가운데)과 함께



                - 이우중고등학교 이수광 교감선생님(가운데)과 함께


미쳐도 제대로 미친
참스승들을 만나고 왔다
껍데기 다 벗어놓고
믿는 것은
아이들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 하나,
사랑과 열정이 식는 순간 
교사는 죽는 것이라며
고생길이 너무도 환해 보이는
가시밭길 헤쳐가며
아이들을 위해 온몸 불사르는,
이 시대 진정한 교육자들을 만나고 왔다.

세상에 흔해 빠진 교장이었더라면
한 칸 교실 멋지게 꾸미고 다듬어서
고급 자개 명패에 대문짝만한 이름 새겨놓고
떠억하니 회전의자에 목을 젖힐만도 하건만
넥타이도 매지 않은 수수한 옷차림
명패도 놓이지 않은
허름한 사무용 탁자 위에 컴퓨터 하나,
벽쪽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이 아니었다면
생각은 한없이 깊어보이고
소신이 뚜렷해보이는 형형한 눈빛이 아니었다면
나는 교장실을 잘못 찾았나싶어 발길을 되돌릴 뻔했다.

남한산성 돌아돌아 오르다
다시 한참을 내려서야 만나는 그 외진 동네
학생수 몇 안되는 폐교 직전의 학교
문을 닫느냐 마느냐 기로에서
제대로 된 교육으로 특성화된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뜻맞은 선생님 몇 사람의 의기투합
오로지 아이들만 믿고
낮과 밤을 잊은 채 피땀을 쏟아 부었더니
하나둘씩 꽃이 피듯 아이들이 살아나더란다.

1997년에 대안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느낀 교육운동가들이
수도권지역에 대안학교와 생태마을을 겸하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뜻을 모아
2002년에 첫삽을 떠서 올해로 개교 9년째를 맞이한
이우학교는 또 어떤가

성적으로 줄세우느라
친한 친구마저 경쟁자가 되는 세상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고
상호 협력과 배려의 관계를 통해
바른 사람됨을 익히는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허허롭던 광야의 외침!

시행착오가 왜 없었겠는가
좌절과 냉소어린 주변의 시선을 또 얼마나 따가왔을까
하지만 함께한 선생님들 모두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길을 가며
성공교육의 자랑스런 모델되어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도 생겼나니

도로 한쪽 학교 표지판이 하도 작아서
몇번을 헛짚어서야 찾아간 학교
산비탈 깍아 세운 탓에 공간은 협소해도
가장 인간친화적인 건물에
아이들의 활동 중심으로 배치한 교실과 공간들
아이들은 하고싶은 공부를 마음에서 우러나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싶은 공부를 마음에서 우러나 가르치고 있었다.

남한산초등학교
이우중고등학교
아,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인 학교

이 험한 세상
모두들 입시에 미치고 성적에 미치고 치맛바람 판치는
아수라장 교육판에서,
외로운 선생님들이 스스로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뜻 모아 외로운 길 가다보면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내는
제대로 된 교육도 가능하구나 하는 믿음이 절로 생겼다.

30년 넘게 이 학교 저 학교 떠돌다
교육인생 막바지에 선 나는
지금 무엇으로 교육자일까?
학교탐방을 마치고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서둘러 교문을 나설 때
경기고 산골학교의 매서운 겨울 바람 한 자락
무언의 채찍인 양 
내 몸을 때리고 지나갔다.

*혁신학교 탐방에 협조해주신 두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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