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박물관에서 만화를 본다?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6월 30일까지 열리는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 전은 미술과 만화, 그리고 이것들이 놓여 있는 장소에 의해 더욱 궁금증을 갖게 한다. 만화방에서 서식하던 만화가 마침내 대학박물관에 입성했다 고나 해야 할까.
미술과 만화를 다르게 보는 것이 고정관념이 되어버렸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만화와 미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했다. 시민사회가 성립되던 19세기, 그 이전 시대의 미술과 구분시켜주는 현대적 속성을 미술에 제공한 장본인이 바로 사진과 더불어 만화였기 때문이다.
이 전시의 초점은 물론 만화에 있지 않다. 원형의 전시장에서 바깥쪽의 큰 원이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지고, 안쪽의 작은 원을 따라 만화가들의 작품이 배치되어 있어, 관객은 미술과 만화가 만나는 접점에서 현대미술의 유쾌한 만화 나들이를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과 같은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채집판 위에 배열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한 정소연의 위트 넘치는 작업과 만화적 상상력이 활개를 치는 4∼5컷의 이미지를 모아 두 벽 사이에 벽지처럼 붙인 안규철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출품된 만화작품 중 일부는 복사본 낱장을 전시하는 등 만화자료 전시에 있어서는 최호철의 역작 '을지로 순환선'(2000)을 제외하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치지만, 전시기간 동안 박물관 3층에 상설운영중인 만화방에 비치된 100여 권의 만화책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신분증을 맡기면 누구나 자유롭게 만화를 빌려볼 수 있다.
전시 부대행사로 4, 5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박물관 앞뜰에서는 예술가 벼룩시장이, 12일 박물관 시청각실에서는 '현대미술과 만화'를 주제로 콜로키움이 열린다. 5월 3일에는 아동교육프로그램 '만화가와 함께 만화 그리기'도 마련된다. 시청각실에서 상영중인 애니메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관람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관람료는 무료.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문의=(02)3277-3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