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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漢字로 표기하지 않아 발생되는 오해

얼마 전 지역방송의 TV뉴스를 보고 있는데 주폭을 잡았다는 아나운서의 발음을 듣는 순간 조폭(조직폭력배)을 잘못 발음한 것으로 잠시 오해를 하였다. 화면에 자막으로 나오는 한글도 분명 ‘주폭’이라고 나와서 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주폭이라는 말이 몇 번 반복하여 나와서 내용을 자세히 듣고 나서 주폭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장면에서 주폭이라함은 술에 취해 마구잡이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을 칭하여 만든 신조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에 만취한 취객이 파출소에 들어와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내 보내면서 이런 폭력배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 같았다. 화면에 자막을 내 보낼 때 주폭을 한글로만 처리하지 말고 괄호 속에 한자를 써넣었더라면 시청자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 받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한자를 넣었어도 한자를 공부하지 않은 세대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조폭을 잘못 발음한 것으로 알게 될 것이 아닌가?

이밖에도 한글로만 표기했을 때 그 뜻을 혼동하는 예는 많이 있다. 졸업식의 식순에 “학교장식사”라고 쓰는데 한문을 잘 모르는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이 식사를 하시는가 하고 오해를 할 수 있다. 식사(式辭)의 뜻은 졸업식에서 학교장이 말씀하는 순서인데 식사(食事)즉 음식을 먹는 것으로 알아듣기 쉽다.

일상생활에서 세수(洗手)를 얼굴까지 씻는 것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세수는 손을 씻는 것이고 얼굴을 씻는 것은 세면(洗面)이라고 써야 맞는데 말이다. 경기도 포천(抱川)에서 생산되는 “이동막걸리”를 처음 듣는 사람은 이동(移動)으로 알기 쉬운데 포천시 에는 일동면(一洞面)과 이동(二洞面)이 있는데 그 동네에서 나는 갈비가 유명하고 막걸리가 유명해져서 한자표기를 해야만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마을 담벼락에 소변을 보는 사람이 많아서 '소변금지'라도 써놓았다고 한다. 술에 취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또 실례를 하는 것을 보고 '소변금지'라는 글씨가 보이지 않느냐고 하니까 “여보시오! 이쪽으로 읽으면 '지금변소'가 아니요?“ 하여 한바탕 웃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봄철 산불 때문에 '입산통제구역'이라고 써놓았는데 '入山統制區域'이라고 함께 써야 하고, 한글로 '여우'라고 쓰면 산짐승을 떠올리는데 여배우도 여우(女優)이고, '유정란'이라고 써놓으면 여자의 이름으로 알기 쉬운데 유정란(有精卵)을 판다는 뜻인데 한글로만 표기하는데서 오는 작은 오해를 독자들도 아주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한자는 우리 언어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데 한자도 알고 보면 우리 조상 동이족(東夷族)이 만들어 쓴 우리글인데 한글만 우리글로 잘못 알고 한글전용만 고집해 온 결과 유구한 우리의 전통문화가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글이 구강의 구조에 맞는 과학적이고 우수한 소리글임을 온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국어의 70%이상이 한자어인데 한자를 폐기하다시피 한다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중단되고 말 것이며 우리 후손들은 고전을 전혀 읽지 못하는 문맹자가 되어 우리 문화가 단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국이 한자가 어렵다고 간자(簡字)를 만들어 쓰면서 쉽고 편리하다고 자랑하다가 젊은 세대가 그들의 조상이 남긴 고전을 읽고 해석하지 못하게 되자 이제 와서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하는 예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서는 안 되겠다.

한글전용만이 애국애족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은 넓은 의미로 볼 때는 우리 국어를 절름발이로 만든다는 것을 정부의 정책결정자가 깨닫고 국어기본법을 하루속히 개정하여 우리 국어를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책임과 의무가 기성세대들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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