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현의 ‘내꺼 중에 최고’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2월 15일 각종 음악차트 및 모바일 집계 순위에서 한 달 이상 최상위 권을 유지하고 있다. 3월 20일 오후 방송된 SBS TV ‘인기가요’에서도 이현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내꺼 중에 최고’를 열창했다. 이날 이현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시청자를 감동으로 젖게 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랑을 믿지 않았지
오늘이 오기 전엔
그래서 가능했나봐
널 떠날 수 있었나봐
<중략>
넌 내꺼중에 최고
내 삶의 모든 것 중에 최고
눈이 멀었었나봐 미쳤나봐
왜 너를 못 알아봐
나 따위가 뭐라고
감히 너를 떠나 살 수 있다고
내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넌 내꺼중에 최고
<이하 생략>
이 노래는 슬픈 가사를 시원하고 가볍게 즐긴다는 역설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가사 내용도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감성을 울린다. 그런데 이 노래의 제목 및 가사에 ‘내꺼~’는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있고, 발음과 표기도 엉망이다. ‘내꺼~’는 ‘내 거~’가 바른 표기다. 이를 사전에서 각각 검색하면,
‘내’
‘나’에 관형격 조사 ‘의’가 결합하여 줄어든 말.
- 내 것/내 생각
- 이리 와서 내 가까이 서 있어라.
- 내 걱정은 하지 말게.
- 그 일은 내 개인적인 문제이다.
‘거’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의존명사다.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을 때에는 ‘거다’가 되고, 주격 조사 ‘이’가 붙을 때에는 ‘게’로 형태가 바뀐다.
- 네 거 내 거 따지지 말자.
- 그 책은 내 거다.
- 지금 들고 있는 게 뭐냐?
- 뭘 먹지? 어제 저녁 식사 때 먹은 걸 먹자.
- 이 옷은 내 게 아니야.
‘내’와 ‘거’는 구어에서 ‘내 거’, ‘네 거’ 등의 표현으로 자주 쓴다. 그런데 이를 [내꺼], [네꺼]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표준 발음이 아니다. 표준 발음은 [내거], [네거]로 하는 것이 맞다. 발음을 잘못하고 심지어 표기까지 엉터리로 하고 있는데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영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할 때는 발음 연습을 많이 한다. 원어민 발음을 흉내 내는 것도 모자라 혀를 수술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말은 발음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한글 창제 이후 순우리말이나 한자음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우리말이 발음과 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표시다. 그런데도 1934년 표준말 사정(査定) 때 긴소리·된소리 등 표준 발음을 사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근대 국어 교육을 하면서 읽기·쓰기 중심의 교육으로 말하기·듣기의 교육이 소홀해지면서 발음 교육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현재 표준어 규정에 ‘표준 발음법’을 두고 있지만, 받침소리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등 극히 일부만 제시하고 있다. 우리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발음 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