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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운동선수도 공부해야

필자는 지금껏 교직생활을 하면서 운동부가 있는 학교에 세번 근무했었다. 럭비, 축구, 야구부가 있는 학교들이었다. 이들 학교들의 공통점은 학생 선수들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훈련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오후에 수업이 있는 학급은 어떤 학생이 운동선수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 유명한 선수들도 나왔지만 그들의 학력은 아마도 최저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4교시까지 수업을 받지만 그 동안 제대로 수업을 받는 학생선수들은 거의 없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을 자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고, 때로는 부상을 이유로 병원진료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학급에 운동 선수가 많은 경우 그 학급은 시험에서 꼴찌를 면하기 어려웠다. 특수교육을 받는 특수학급 학생들보다 성적이 안좋은 경우가 많았었다. 이렇게 공부 안하는 운동선수에 대한 우려는 그때도 있었다. 많은 교사들이 염려를 했지만 아직까지 개선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교사라면 최소한 몇 번씩은 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운동선수도 성적이 일정기준 이상 되어야 각종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주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해도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 했었는데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방안' 에 따르면, 최저학력 기준을 설정해 이에 미달하는 운동선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체육단체 등에서 개최하는 경기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학기말 시험에서 전교생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초등학생은 전교생 평균의 50%, 중학생은 40%, 고등학교 학생은 30%로 설정됐다. 즉, 전교생 평균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정해진 비율보다 높게 받아야 대회 출전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 한 번의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음 시험에서 기준을 넘으면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긴 하다. 

이렇게 기준을 정한 것은 기본적으로 운동선수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업결손이 생기면 반드시 보충학습계획을 세워서 대회에 출전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즉, 현재처럼 대회출전에 따른 수업결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학교간 경기에 출전할 경우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있을 뿐 수업결손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방안'제시는 어린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학습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 이런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학생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교육청의 노력에 동참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선학교 교사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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