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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보통교육 예산을 떼어주라니

요즘 언론을 자주 오르내리는 기사는 단연 대학 등록금이다. 개인주의화되고 가치관이 변해서 그런지 웬만하면 요즘 대학생들은 거리에 나서는 법이 없는데, 촛불을 들고 며칠을 그렇게 풍찬노숙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 답답하기만 하다. 하기야 주중에는 밤에 피시방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랴, 주말에 택배도 한다는 학생들도 있고, 의학실험용 마루타까지 되어서 학비를 버는 마당에 미친 등록금 1000만원 마련을 위해 눈코 뜰 새 없는 그들이 언감생심 거리에 나설 시간이라도 있겠는가.

대학 등록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흔히 대학을 학문과 예술지상주의를 위한 상아탑(象牙塔)이라고 표현한 것은 70~80년대 시절이야기고, 90년대 초반만 해도 시골에서는 소 한 마리 팔아야 겨우 한 학기분 수업료 마련한다는 우골탑(牛骨塔)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더니 2000년대 넘어서는 소 한 마리로는 어림도 없는 수업료 1000만원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던가.

그러더니 얼마 전 여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민심이반의 심각함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서 이른바 등록금 반값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것이 아니고 진보 정당의 꾸준한 공약사항임과 동시에 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어떤 이유인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일언반구도 없이 식언(食言)하더니 겨우 여당 신임 원내표가 호기 있게 주장을 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여기에 발맞춰서 야당도 합세하여 등록금 문제는 정국의 중요 안건을 넘어서 사회의제화 하기에 이르렀다. 대다수 언론에서도 대학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백가쟁명식 주장이 넘쳐나는데, 부실 사립대 정리, 대학 회계의 투명성 제고, 대학 교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문제제기가 옮아가는 모양새다. 정치인들의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에서 거론한 등록금 문제라지만 일단 언론이든 국민이든 사회문제화가 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논쟁을 벌이는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혹시나 했던 기우(杞憂)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라고 하는 국민적 요구가 폭발 임계점에 달하자 일부 정치인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초중고교의 예산을 고등교육 쪽으로 돌리자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이는 6월 10일자 한국일보 4면에 나온 기사인데, 여당 원내대표가 “우리나라 교육예산 중에서 고등교육(대학, 대학원) 배분비율을 현재 12% 선에서 2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표면화 됐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초중고 예산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전용할 것까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임박한 선거와 정치인들의 압박으로 문제가 심화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학 등록금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괸다’는 하석상대(下石上臺)의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곤란하다. 앞에서 거론한 정치인들의 말은 치열한 노력과 정책연구를 통해서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하기 보다는 기존 교육 예산에서 이른바 힘없는 분야의 예산을 빼앗겠다는 손쉬운 대처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미봉책에 불과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교육투자 예산은 OECD 선진국들에 비하여 형편없이 낮아서 절반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전체 예산대비 6%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아울러 우리 교육계에서도 정부 고위관계자가 말한 “초중고교 예산이 풍족해 교장실 꾸미기에 사용하는 등 낭비적 지출이 많다”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교육적 목적에 맞는 철저한 예산운용이 필요하다. 몇몇 학교에서 벌어진 일탈행동이더라도 언론에 나오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로 확대해서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예산이 부족해서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학교관계자의 말은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점 많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실 사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대학의 투명한 회계운영, 그리고 선진국 수준에 맞는 교육예산 확보가 전제가 되어야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통교육 예산을 떼어서 고등교육에 보태주는 풍선효과식 교육예산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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