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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삼사일언(三思一言) 정신이 아쉽다

6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뜨거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계절이다. 학교 울타리 근처에 빨간 넝쿨장미가 만발해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짬을 내어 산책 삼아 장미향을 맡으러 갔다. 장미꽃에 코를 박고 향기를 감상하는 순간,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울타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어떤 학생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 나왔다.

"야, 씨발 장미 참 예쁘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저렇게 아름답고 황홀한 장미꽃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쌍스런 욕이 나올 수 있을까. 물론 그 학생이 한 말은 진정한 욕이 아니라 아름다운 장미꽃을 보는 순간 딱히 떠오르는 수식어가 없자 순간적으로 뱉은 말일 것이다. 뭐랄까 일종의 '감탄사'인 셈이다. 요즘 아이들은 욕설이 바로 감탄사였던 것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중고교 학생들의 73.4%가 매일 이 같은 욕설을 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 보고서에도 초·중·고생 1260명 중 73.4%가 하루 한번 이상 욕설을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친구들끼리 자기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부를 때 선생님의 성함을 부르거나 혹은 '걔', '그놈', '그새끼'라고 부르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심성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생각은 언어를 낳고 언어는 생각을 낳는다고 했다. 건전한 언어를 쓰면 생각도 건전해지는 이유이다.

일반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식당 같은데서 식사를 하다보면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본다. 싸우는 것도 아닌데 마치 싸움 소리처럼 크고 호들갑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때문에 말소리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마음까지 알 수 있다는 속담도 생겼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논어(論語)에도 언어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아무리 반갑다 해도 그 표현을 환경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서 표현해야 한다. 분노할 일이 있어도 될 수 있는 대로 이성을 지키며 절제해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것은 인격수양이 덜된 사람들이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일화는 언어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황희 정승이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원인은 논가는 소를 보고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라고 한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이 하인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하인들은 앞다투어 황희 정승 앞에 달려와 서로 자신들이 싸우게 된 동기를 고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황희가 말했다.

"그래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또한 옳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카가 이상하여 황희 정승에게 물었다.

"숙부님 저 두 사람 중에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해서 알려주셔야지 두 사람 모두 옳다 하시면 어떡합니까?"

하고 걱정하자 황희 정승은

"네 말도 옳구나" 하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재상인 황희가 왜 그랬을까? 뜻 없이 쓰는 말은 뜻이 없으니 판단이 필요 없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두 하인도 조카도 황희 정승 앞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했다고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옛말처럼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방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상대방을 비꼬고 비난하는 언어들이 횡행하니 어찌 욕설하는 아이들만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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