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가 함락되고 후세인의 동상이 내려지고…. 전쟁은 끝나가지만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아픔은 언제쯤 치유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미술은 전쟁과 상극이었다. 강압적 동원체제가 자유로운 상상력을 옥죌 뿐 아니라 미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에는 파괴를 거부하는 윤리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공 당시 참상을 섬뜩한 판화로 담은 고야에서 부터 1차 대전 때 상이군인 등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오토 딕스 등의 독일 표현주의자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껴안은 채 죽음을 맞은 남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백신스키의 그림,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담은 '게르니카'의 피카소, 걸프전 폭격 생중계 장면을 그림 소재로 삼은 갈라그룹 등에 이르기까지 미술가들은 전쟁의 인간성 파괴와 야만성을 앞장서 고발해왔다.
30일까지 서울 홍대 앞 카페 시월에서 열리는 '에이포(A4)-반전을 위한 아트'전도 그런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반전에 대한 즉흥적 상상력을 에이포 복사지 크기의 소품들로 선보이고 있는 이 번 전시를 기획한 김준기씨는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고발 차원에서 일단 공동참여 자체에 비중을 두었다"고 밝혔다. 큐레이터가 작가들을 선정해 작품을 받는 게 아니라 메일 발송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밀도 있는 작품들은 아니지만, 일반인과 젊은 작가의 전쟁을 보는 시각을 볼 수 있는 전시다. 문의=(02)336-8406